[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작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수학 1타강사 정승제(44). 최근 트로트 앨범 '어화둥둥'을 발매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생선님(정승제 별명)의 일탈로 보이는 그의 행보는 단순하게 정리된다. 정승제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학생 정승제는 스타강사의 수업을 듣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불법 강사로 일하던 대학 시절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그는 EBS와 이투스의 간판 강사가 되었다. '수포자들의 구세주'라고 불리는 그를 거쳐 간 학생만 800여만 명.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음악은 순수한 애정에 가깝다. '미스터 트롯'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디계의 아버지'를 꿈꾸며 홍대의 소극장을 마련하고, 직접 작사한 곡으로 학생들에게 마음을 전하던 그가 있다. 온라인 가요제에 참가했던 화려한 과거도 빼놓을 수 없다. 앳된 모습으로 열창하는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앨범은 모두 자비로 만드는 것이냐고 묻자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누가 제게 투자를 하겠습니까?"


모니터 너머의 학생들이 열광하는 진짜 인플루언서 정승제를 만났다. 새 앨범 이야기와 임영웅과의 만남 비화, 제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Q. 최근 ‘어화둥둥’이라는 트로트 앨범을 발매하셨어요.


‘미스터 트롯’ 친구들을 만나면 음악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요. 나도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마침 하동근의 신곡을 듣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작곡가의 작업실이 근처길래 찾아가 두 곡을 들었어요. 하나는 발라드 트로트였고, 하나가 ‘어화둥둥’이었는데 듣자마자 '저 이거 할래요’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Q. 뮤직비디오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던데, 어떤 인연이 있나요?


육중완밴드와는 소극장으로 연이 생겼어요. ‘생선님의 편지’를 작곡해주셨고요. 음악적으로 어려움이 생기면 ‘나 왜 이렇게 노래를 못하냐’라고 막역하게 전화할 정도죠.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뮤직비디오 촬영을 한다고 하니 선뜻 도와주셨습니다.


박하윤 씨는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닌데 ‘매불쇼’의 뜨고 있는 스타가 있다고 해서 적극 섭외했습니다. 고전적인 이미지에 한복도 어울리시고, 적당한 인지도의 신예라는 점이 제격이었어요.

아, 김장훈 씨는 다음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로 하셨어요. 꼭 적어주세요. (웃음)


Q. 앨범은 모두 자비로 만드신 건가요?


네, 다 제 자비로 만들었습니다. 누가 제게 투자를 하겠습니까. 하하.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요? 아이들은 포기를 많이 해요. 쟤는 유전자가 좋아서 수학을 잘해, 나는 유전자가 나빠서 수학을 못해. 미스터트롯에 참가한 이유도 학생들에게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노래에 도전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진지하게 도전해 어느 선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좋은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Q. 조금 늦었지만, '미스터트롯'은 어땠나요?


너무 준비가 안 됐다는 걸 현장 가서 알았어요. 이걸 대하는 제 태도가 불량했어요. 2달 동안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댄서와 연습도 했는데도요. 특히, 제가 속했던 ‘직장부B’가 경연하는 걸 보며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느꼈고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가더라도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아쉬워요. 욕심을 내서 열심히 해야 했는데.


Q. 현장에서 임영웅 씨에게 수능 응원 영상을 부탁하셨더군요.


임영웅 씨가 들어오는데 ‘이야~’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형광등 백 개 켠 아우라라고나 할까?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마치 우승자가 퍼레이드를 하는 느낌이었죠.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미 트로트계에선 유명한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정중하게 영상을 부탁했고 흔쾌히 찍어주셨어요. 와, 이분은 무조건 우승하겠다 했어요.


Q. 도전정신과 원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여러 가지를 따지지 않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해요. 확신이 있으면 그냥 밀어붙여요.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어? 얘는 이것저것 많이 하네’라는 생각을 하시기도 할 텐데... 어떤 큰일을 결정하려면 대부분 가족회의를 하잖아요. 저는 강아지밖에 없거든요. 말리는 사람은 직원들 정도? 


Q. 문득 강사가 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스타 강사의 수업을 들으며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강사에 대한 동경이 생겼죠. 학교 선생님은 잘 가르쳐도 많이 드러나지 않아요. 정해진 학생들을 돌봐야 하니까요. 반면 강사는 본인의 역량에 따라 성적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이거 내가 되게 잘할 거 같은데?’라는 느낌이 왔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예 진로를 결정했고 영어 강의에 자질이 있는 친구를 찾아다녔어요. 수학 영어 강의 콤비를 하려고요. 7페이지 읽는 것도 어려운 ‘구운몽’을 읽고 친구들 앞에서 두 시간 동안 떠들어댄 적도 있어요. 아마 이런 게(끼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때 듣고 계시던 선생님이 말하길 너는 나중에 약장사를 하거나 교주를 하면 괜찮을 거다. 하하.


Q. 학생들을 위해 위너스 클럽을 운영 중이시죠.


학생들 앞에서 ‘올해부터 위너스클럽이라는 멤버를 모집할 거야’ 라고 말하며 시작됐어요. 원래 공부 잘했던 친구 말고, 성적이 저조했다가 올라온 친구들이요. 어릴 때 학습지부터 시작해 10여 년 이상을 공부해야 수학 성적이 올라간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보통 선행학습은 암기식 위주고 그러면 수능에서 문제를 건드릴 수가 없죠. 딱 1년 동안 저를 믿고 따라오면 충분히 1등급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음식점과 카페도 운영 중이시라고요?


10년 전에 위너스클럽에 들면 평생 케어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카페를 만들 건데, 언제든 와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고 50% 할인 특전을 주겠다고요. 그래서 만들게 되었어요. 한 번도 흑자인 적은 없지만,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서.


Q. 수업 중 남긴 말이 어록으로 돌아다니더군요.


성인이 되어서도 유튜브 영상을 보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삶의 태도에 대해 조언해주어 고맙다는 반응도 있고요. 일부러는 아니고 정말 답답해서 그러는 거거든요. 성적을 올리는 거나 직업을 선택하고 사는 거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공부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을 봤을 때, 사회에 나가 돈을 쉽게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오버랩 돼요. 꿈은 위에 있는데 행동이 매칭이 안 되는 거죠. 최종 목표는 대학이나 취업이 아니라 행복인데, 그런 식으로 인생을 살면 불행해져요.


Q. 영상으로 소통하고 있음에도 유튜브를 개설한 이유가 있나요?


교육 플랫폼을 통한 건 수학에 관련된 거예요. 수업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꽤 많이 생겨요. 큰 시험이 끝나면 동기 부여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위해서는 유튜브가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어요.

Q. 선생님의 유튜브보다 ‘정승제 사생팬’이라는 채널의 구독자 수가 더 높더군요.

부러워요. 곧 실버 버튼을 받을 것 같더라고요. 그것도 내 영상인데 조회 수가 왜 다르지? 하하. (오디션 영상도 있던데요?) 커뮤니티에 올린 걸 어떻게 찾았는지 모르겠어요. 신기해요. 영상 녹화도 불가능한데 어떻게 올리는 걸까요? 제재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는데, 그걸 보며 도움을 받았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좋은 영향력이라고 봐요.

Q. 수능을 마치고 사회로 걸어나갈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상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자기를 끼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의 틀 안에서 살았기 때문에 남이 제안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망설여질 텐데,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다면 뭐든 해보세요. 20대 초중반을 황금 같은 시기라고 하는 게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SNS에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뭐 이런 명언이 있던데, 지금은 과감하게 할 때에요.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때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뭐든 할 수 있다. 도전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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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구름위에 음악사 제공, 유튜브 캡처,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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