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KIA 양현종이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삼진으로 위기를 넘긴 뒤 환호하는 팬들을 올려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래도 두드릴 수 있을 때까지는 타진할 계획이다. 자세와 눈높이를 낮춘채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프리에이전트(FA) 양현종(33)이 ‘운명의 열흘’에 돌입했다.

광주에서 시즌 준비에 돌입한 양현종은 KBO리그에 남은 마지막 빅리그 도전자다. 지난 10일 NC 나성범의 국내 잔류가 확정돼 올해는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은 김하성만 태평양을 건너게 됐다. 지난해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빅리그 연착륙에 성공했고, 리그를 옮긴 류현진도(토론토) 변함없는 에이스 지위를 확보해 양현종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겉잡을 수 없었고, 정규시즌을 무관중으로 60경기만 소화하는 등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재정 악화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재정 타격을 입었다는 구단의 호소는 엄살”이라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나성범이 포스팅 입찰에 실패해 체면이 구겨졌다. 나성범에 앞서 빅리그 진출을 포기한 일본인 투수 스가노 도모유키 측은 “구단이 담합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할만큼 비슷한 조건을 제안 받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양현종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마스크 착용 여부를 묻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선택을 기다리는 양현종측도 초초하다. 스포스타즈 최인국 대표는 11일 “특별히 진척된 사항은 없다”며 “선발투수를 찾는 구단이 꾸준히 접촉을 해오고 있다는 소식을 (미국 현지 에이전트로부터)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안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현지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터라 눈높이와 자세도 낮췄다. 최 대표는 “원하는 수준의 계약규모를 따로 정해놓지는 않았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고 싶다는 선수의 바람이 크기 때문에 원하는 구단이 있으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나 선발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최 대표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에 관계없이 빅리그 무대에 오르는 것에 일단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오버워크를 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히면 마이너리그에서 조정 기간을 가질 용의도 있다. 처음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와 비교하면 사실상 조건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수준이다.

[포토]양현종의 선발승 축하하는 윌리엄스 감독
KIA 선발투수 양현종(왼쪽)과 윌리엄스 감독이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승리한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양현종은 파이어볼러가 아니다. 92마일(약 148㎞)짜리 패스트볼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정도다. 커멘드가 뛰어난 투수로 평가 받지만, 지난해 평균자책점(4.70)과 이닝당출루허용율(WHIP, 1.42)은 커멘드를 내세우기도 애매한 지표다. 최 대표는 “내구성을 갖춘 왼손 선발 투수라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현종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그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일만 한 셀링 포인트이기는 하다. 2014년부터 7연속시즌 170이닝 이상 투구했고, 평균 30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이 기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으니 내구성과 실력은 검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이징커브 우려를 받는 나이에 접어든, 한 시즌 평균 170이닝씩 7년간 던진 투수는 언제든 부상할 수 있다. 지난해 갑작스레 떨어진 각종 지표가 투자를 꺼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묵묵히 선택을 기다리는 양현종은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최 대표는 “KIA와 약속한 20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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