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런던 북부에 위치한 토트넘 훈련장에서 직접 만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지난 2015/16시즌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로, 손흥민과 토트넘은 한국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많은 팬들이 손흥민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하고 자연스럽게 토트넘의 경기력에도 전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 토트넘과 손흥민에게 있어 현재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토트넘의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다. 지난 11월 30일, 런던의 토트넘 훈련장에서 포체티노 감독을 직접 만나 토트넘의 이번 시즌에 대한 그의 생각, 포체티노 감독 자신에 대한 질문, 그리고 손흥민에 대한 포체티노 감독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번 기사는 1편으로, 포체티노 감독이 말하는 토트넘과 포체티노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포체티노가 직접 영상을 통해 말하는 '포체티노 판넬설'에 대한 해명과 한국의 팬들에 대한 인사 메시지다.


1. 토트넘의 이번 시즌


이성모(이하 이) : 지난주에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좌절됐고, 리그에서도 첫 패배를 당했다. 타격이 좀 있을 것 같은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이하 포체티노) : 맞다. 어려운 한 주였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좌절됐고 첼시에 지면서 시즌 첫 패배도 당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추스르고 바른 태도를 갖는 것이다. 첼시 전 같은 경우 우리의 경기력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있고 나는 우리 선수들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 이제 이번 시즌의 1/3이 끝났다. 지금까지의 토트넘의 이번 시즌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포체티노 : 시즌은 아직 진행중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결과만 놓고 판단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볼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배울 것이 많은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토트넘에 온 후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수들이 더 많은 경험을 얻었고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남은 시즌에 그 경험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 현 시점에서 이번 시즌 토트넘의 목표와 토트넘에서 본인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포체티노 :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늘 다음 경기에 대한 계획이 있다. 모든 빅클럽들과 마찬가지로 토트넘 역시 큰 성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새 경기장을 짓는 중이기도 하며 더 큰 목표를 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경기장 안과 밖에서 클럽이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동시에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새 경기장으로 옮길 때쯤이면 토트넘의 선수단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 목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면,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었으나 무산됐다.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포체티노 :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다. 눈 앞의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리그 우승을 위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마음 속에 '반드시 리그 우승을 해야만 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도 아니며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리그 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 : 이 대목에서 하나 더 구체적으로 묻고 싶다. 챔스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황인데, 유로파리그에 100% 전력을 다 할 생각인가?


포체티노 : 물론이다. 왜 아니겠는가. 이번 시즌 우리의 챔피언스리그는 끝났다. 그렇다면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노려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나는 토트넘이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2. 포체티노의 2002 한일월드컵과 스스로 생각하는 선수시절의 포체티노


이 : 이번 시즌 토트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본인의 선수시절 이야기를 좀 해보자. 재미있는 사실이, 본인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 참가했었다는 것인데.


포체티노 : 맞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본에서만 뛰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가보지 못했다.


* 당시 아르헨티나는 조별라운드를 일본에서 치렀다.


이 : 16강에 진출했으면 한국에 와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포체티노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쉽게도 마지막에 잉글랜드에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 : 그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수비수로 출전한 본인과 잉글랜드 공격수 마이클 오웬 사이에 유명한 페널티킥 사건이 있었는데.


포체티노 : 맞다. 그러나, 그 장면은 절대로 페널티킥이 아니었다.(웃음)


* 이 장면에서 포체티노가 다리를 뻗고 오웬이 그라운드로 쓰러진 상황에 대해서 '다이빙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잉글랜드는 그 페널티킥에서 데이비드 베컴이 골을 성공시키며 16강에 진출했고 아르헨티나는 탈락했다.


이 : 간단하게 말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떤 선수였나?


포체티노 : 형편없는 선수였다.(웃음)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였고, 빠르거나 기술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수로서 강단과 캐릭터는 있었고 가장 큰 강점은 영리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주’ 똑똑한 건 아니었고 ‘꽤’ 똑똑했다.(웃음)


이 : 그런 캐릭터나 영리함이 선수 은퇴 후 감독으로서의 경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포체티노 :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많이 도움이 된다. 축구 감독은 영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히 힘들 것이다.


3. 축구 감독으로서의 포체티노


이 : 이제 감독으로서 본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축구 감독으로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있다면?


포체티노 : 감독에게 우선순위라는 것은 그 때 그 때 상황마다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우선순위는 내가 처음 감독이 됐을 때와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절대로 변하지 않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선수들로 하여금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나나 나와 같이 일하는 코치들이 공유하고 있는 목표다.


이 : 지난 홈경기였던 웨스트햄전에서 해리 윙크스의 골 직후에 아주 과격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물병을 던지면서 포효를 했었는데. 나는 바로 뒤의 기자석에서 그 장면을 봤다. 그 장면이 특히 행복했던 이유가 있는지?


포체티노 : 나도 잘은 모르겠다. 다만 그 경기가 윙크스의 첫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이었고, 그 경기의 열기나 런던 더비라는 면이나 그런 다양한 것들이 작용했다. 윙크스가 첫 선발 출전에 골을 넣은 것을 보며 그를 위해 잘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리액션이었던 것 같다.


이 : 윙크스에 대해 물어본 것은 이 질문을 하기 위함인데. 본인은 토트넘에 오기 전부터 유망주선수들을 1군에서 기용하며 그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기로 유명하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는지?


포체티노 : 나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그들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토트넘의 경우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단순히 돈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시간을 쓰고 애정을 쏟으며 그들을 육성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나는 꼭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내가 맡은 클럽에 융화되고, 그 클럽의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프로 선수가 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다.


어떤 팀이든, 그 팀의 아카데미에서 성장해서 프로에 데뷔하는 선수들은 그 팀만의 정체성을 갖고 경기에 임하기 마련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물론 모든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최소한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이 : 반대로, 현재 토트넘은 선수단이 너무 젊어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1군 선수단의 평균연령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포체티노 : 물론 나는 언론의 비판을 인정한다. 누구에게나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축구에서는 절대로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없다. 모두에게 다른 생각이 있고 그런 비판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 말하고 싶은 점은 반드시 나이가 많다는 것이 꼭 경험이 많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그런 문제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이 있다. 동시에 우리는 언제나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고 나는 늘 그런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 지난 시즌, 토트넘이 리그 우승에 도전했을 때 토트넘에 대해 '1960년대 빌 니콜슨 시대 이후의 최고의 팀'이라고 말하는 축구 관계자들도 있었는데(리버풀 레전드 그레엄 수네스 등).


포체티노 : 누가 그렇게 말하나?(웃음) 아마도 그런 점이 있다면 나보다는 선수들과 클럽의 헌신적인 태도나 열정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이 : 이제 손흥민에 대한 질문을 하기 전에, 본인에 대한 마지막 질문이다.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은 누구인가. 또 감독으로서 본인에게 롤모델이 있다면?


포체티노 : 물론 나를 발굴하고 발탁해준 비엘사 감독 감독의 영향이 아주 컸다. 그러나, 비엘사 감독만이 나에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겪은 모든 감독들이 나에게 영향을 줬고 나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롤모델이라고 할만한 감독이 있다면 과거 밀란 시절의 아리고 사키다. 과거에 그를 만나서 그에게 직접 그의 축구에 대한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감독이며 그가 이끌던 시절의 AC 밀란은 정말 대단한 팀이었다.



(영상=이번 시즌 초 많은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판넬설'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포체티노 감독)


* 2편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직접 말하는 손흥민에 대한 의견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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