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런던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청용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1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5. 친정팀 볼튼의 3부 강등


이성모 : 그럼 이제 크리스탈 팰리스 이야기는 잠시 정리하고 볼튼 이야기도 한 번 해볼까요. 볼튼이 이번 시즌에 결국 3부 리그로 강등을 당했는데 이청용 선수는 볼튼과 워낙 각별하고 아는 관계자들도 많잖아요.


이청용 : 네 그럼요. 팀을 나온 후에도 다른 선수들하고도 계속 연락을 하고 워낙 팀 자체가 제가 가깝게 느끼는 팀이니까요. 이번 시즌도 제가 관심을 갖고 지켜봤어요. 볼튼이 시즌 내내 계속 안 좋은 일들이 겹치고 또 겹치고 그랬어요. 선수들, 직원들 월급이 안 나와서 코칭스태프하고 선수들이 돈을 모아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그런 경우도 있었구요.


이성모 : 불과 몇년 전에 프리미어리그에 있던 팀인데 말이에요.


이청용 : 네. 볼튼이 그렇게 안 좋은 팀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된걸 보면서 참. 승점 1점 차이가(그걸로 강등 당하는 게) 정말 많은 차이를 만드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그 때 승점 1점 차이가 팀을 3부까지 떨어지게 만들고 그런 거니까요. 축구라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이성모 : 아무튼 볼튼이 이번 시즌에 재정난도 겪고 가츠사이드 회장도 시즌 중에 돌아가시고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이청용 : 네 최근에는 훈련장도 다른 팀에 팔고 경기장 주변에 주차장도 팔고 그런다고 하더라구요. 심지어는 장비담당이 월급을 못 받는 상황이어서 선수들이 직접 훈련복 경기복을 빨아서 경기를 하고 그런다고 하더라구요. 영국에서 있을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지금 볼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성모 : 참 이청용 선수 입장에서도 본인이 볼튼을 떠난 후에 본인도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잘 되고 친정팀인 볼튼도 잘 돼야 마음이 좋을 텐데 지금 본인은 경기를 잘 못 나서고 볼튼은 3부로 떨어지고 참 마음이 안 좋겠어요.


이청용 : 그러니까요. 볼튼 팬분들 입장에서도 제가 1부 리그에서 경기나와서 뛰는 거 보면 좋아하시고 할 것 같은데...


이성모 : 그러게 말이에요. 볼튼은 한국 팬분들 말고 영국 현지팬분들도 이청용 선수를 많이 좋아하는데 말이에요.


이청용 : 네 맞아요. 기억해주시는 팬들이 많으세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다시 승격해서 프리

미어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2011년 7월 웨일즈 뉴포트에서 열린 뉴포트 카운티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톰 밀러의 살인태클에 부상을 당한 직후의 이청용. 캡쳐이미지는 당시 이청용에 대한 가디언의 기사 내용.


6. 톰 밀러 '살인 태클'에 대한 소회


이성모 : 볼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팬들께서 하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톰 밀러. 이청용 선수가 한창 볼튼에서 잘 할 때 살인태클이 그것도 프리시즌 중에 나와서 이청용 선수가 거의 시즌아웃을 당했었는데.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청용 선수도 계속 잘 뛰고 볼튼도 그 시즌에 아깝게 강등을 안 당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이야기 많이들 하거든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요?


이청용 : 아니요. 저는 제가 부상을 당해서 그 시즌에 볼튼이 강등을 당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제가 뛰었어도 강등을 당했을 수도 있고.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고 또 지난 일이잖아요.


이성모 : 아쉬운 마음이 들법도 한데. 그런 마음은 전혀 없나요?


이청용 :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부상을 당한 게 프리시즌 중이었다는 점 같아요. 또 그 경기도 아주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구요. 그래서 굳이 프리시즌에 그곳(웨일즈)까지 가서 그런 경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좀 있죠. 그러나 뭐 이미 지난 일이라 크게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진 않습니다.


이성모 : 팬들이 종종 톰 밀러 이야기 하는 건 본인도 들어봤죠?


이청용 : 그럼요. 그러나 제 부상과 팀의 성적을 너무 연관 짓는 건 좀 적절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이성모 : 그게 늘 궁금했어요. 결론적으로 이제 본인은 그 일에 대해선 별로 마음을 쓰지 않는다?


이청용 : 네. 시간도 많이 지난 일이고. 물론 그 부상을 안 당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요.(웃음)


이성모 :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본인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걸 생각하고 있으면 본인만 힘드니까. 톰 밀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확실하게 물어볼게요. 지금은 그렇고, 그 당시에는 어땠어요?


이청용 : 당시에는 그 때가 제가 워낙 힘들었어요. 월드컵 끝나고 경기도 많았고 또 시즌도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어서. 사실 부상 당했을 땐 너무 아프고 죽을 것 같았는데 그 후에 좀 살만해지니까 한 동안은 ‘아 쉴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웃음). 근데 그 상태로 2~3개월 지나니까 아, 진짜 축구하고 싶어서 힘들더라고요.


이성모 : 그렇겠죠. 그 때 거의 9개월 동안 못 뛰었으니까. 혹시 그 당시에 톰 밀러 선수를 원망하거나 한 적은 없나요?


이청용 : 물론 뭐, 만나면 아주 기분이 좋진 않겠죠?(웃음). 그러나 그 선수를 크게 원망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 마지막 3부에서 이청용이 돌아보는 영국생활 7년, '소녀슛'이라는 별명에 대한 본인의 생각, 그리고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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