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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가 부른다. 이제 곧 9월이지만 아직 여름 바다를 못봤다면 당장 남해 쪽빛바다로 달려가 볼 일이다.

[거제·통영=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따갈따갈 딱따그르르를” 파도가 한번 밀고 지날 때마다 구슬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달려온 파란색 바닷물은 뭔가에 이끌려 하얀 포말을 만들며 캐스터네츠를 두드리며 사라져간다. 소리도 매번 다르다. 파도에 따라 서로 부딪히며 각각 한 목소리씩 내는 몽돌들의 화음은 분명 타악임에도 때론 현악, 어떨 땐 관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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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선 귀여운 돌 구르는 소릴 들으며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아직 여름볕이 채 가시지 않은 거제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선 이처럼 수많은 돌멩이들의 심포니를 들으며 옥빛 바다를 즐길 수 있다.뿐만이랴. 육지에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맛있는 바다 음식을 먹는 것도, 섬에서 다시 다른 섬을 찾는 것도, 편안한 리조트에서 작은 어항을 바라보며 잠을 청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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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를 거점으로 섬 여행에 도전하면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볼 수 있다.
팔월의 마지막에 찾은 거제도. 섬 같지 않은 거대한 섬의 당당한 위용은 여름 내 켜켜이 쌓인 불쾌지수를 단번에 날릴 만큼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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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수심 해저터널. 아쿠아플라넷처럼 유리 벽면에 돌고래나 가오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스트레스, 거제 바람에 날린다

거제도, 분명히 지리산 못지않은 거대한 산이었을게다. 산이 잠겨 섬을 이뤘다. 그래서 온통 오르내리막이다. 편편한 곳이 별로 없다. 스티치(재봉 박음질)같은 해안도로는 제주도만큼 바닷가 마을 구석구석을 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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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대교 풍경은 거제 여행의 맛봬기다.

거제도 해안선 길이 총연장은 무려 355.9㎞. 직선으로 잡아 편다면 서울에서 부산 근처까지 갈 수 있을 만큼 긴 거리다. 곳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둥글둥글한 섬과 장판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날은 잔뜩 흐렸지만 시원한 바람에 ‘떠나온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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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거가대교를 지나면 바로 거제도의 북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애초 바다를 제대로 보기위해 부산에서부터 거가대교를 건너왔다. 남해바다에 버티고 선 멋진 다리를 질주하며 여름을 잊었다. 최저 수심 해저터널을 지날 땐 벽면에 물고기 떼가 지나는 차를 바라보는 모습을 연상했지만(1만원이란 비싼 통행료 때문이기도 하다) 막상 보니 그냥 남산 터널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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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가 살짝 빗겨간 해수욕장. 인파는 썰물처럼 사라졌지만 바다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거제 해안도로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여차-홍포간 도로다. 약 3.5㎞ 정도의 비포장 길은 푸른 바다와 대소병대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와 일출을 모두 볼 수 있을만큼 높고 바다와 맞닿아 있다.

현지인들은 거의 오지 않으니 살짝 멈춰서기도 좋아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구조라~학동~해금강을 잇는 해안도로도 좋다. 구조라까지 높은 산길을 지나니 바다를 보기에 좋고, 학동부터 해금강까지는 싱그러운 동백숲길을 지나니 이또한 즐겁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바다와 숲이 내쉬는 호흡을 같이 들이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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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여전히 해수욕객이 바다에 몸을 담그고 여름을 즐기고 있다. 파라솔은 비록 접힌 것이 더 많지만 해변은 을씨년처럼 보이진 않는다. 사람이 있건 없던 ‘도르락 도르락’ 소리를 내는 몽돌은 비수같은 노염(老炎)을 받아 반짝이며 여름의 뒷모습을 장식하고 있다. 이 소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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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몽돌이 구르며 내는 화음은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답다.

(다녀오고 기사를 쓸 때서야) 늘 드는 생각이지만 여행지 취재에 카메라만 가지고 갈 것이 아니라 고성능 녹음기를 가져가야 겠다. 소리를 전할 수 없으니 얼마나 미안한가. 경쾌한 몽돌 구르는 소리는 평등하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파도만 있다면 이곳을 찾은 누구에게나 들려준다. 아름다운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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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뒹굴며 맨들맨들 둥근 모습을 지닌 몽돌은 마치 우리네 인생을 상징하는 것 같다.

올망졸망 모인 새카만 몽돌 중 하나를 집어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참 둥글다. 구(球)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둥글게 보인다. 이토록 둥글게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깨어져야 했을까. 수없이 부딪히고 깨져야 비로소 둥글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니. 문득 고 박상규 씨가 부른 ‘조약돌’이 떠올랐다. 둥글게 살아가리 아무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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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몽돌이 함께 들려주는 아름다운 소리가 해변을 가득 채운다.

학이 나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학동 몽돌해변은 최대 폭 50m 길이 1.2㎞의 해안선 약 3만㎢ 규모의 해변을 정말 흑진주처럼 새카맣고 윤기 좔좔 흐르는 몽돌로 가득 채운 곳이다. 해안가 뒷편으론 무려 3㎞에 걸쳐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233호)이 펼쳐지는데, 꽃은 없지만 싱그러움이 이를 충분히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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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섬으로 사랑받고 있는 섬 소매물도(통영)도 거제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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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다로 떨어지는 황금빛 낙조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섬 거제도에서 ‘섬’타기

거제도에선 쉽사리 다른 섬을 갈 수 있다. ‘섬’타는 재미가 있다. 늘 유람선이 다니는 외도는 물론이며 지심도, 장사도, 손대도(이름도 참 재미난다), 매물도, 한산도를 갈 수 있다. 등대섬과 기암괴석 바위로 유명한 소매물도까지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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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열리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소매물도는 행정구역 상 통영시 소속이다. 하지만 통영에서보다 거제도에서 가는 편이 더 가깝다. 한산도는 어구에서 카페리가 다니고, 동부면 가배량성 아래에 장사도 유람선이 있다. 남부면(참고로 거제도는 행정구역의 이름도 쉽게 지은 듯하다) 명사해수욕장 인근 저구항에 매물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있다. 외도와 해금강은 장승포, 와현, 구조라, 도장포, 지세포 등에서 출발한다.

등대섬과 소매물도는 달리 설명할 것도 없이 유명한 곳이다. 한 해 40만명이 찾는 섬이니 주변에선 안가본 이도 드물다. 파스텔톤 바다 위로 빼죽 솟은 기암절벽, 열길도 넘는 해안침식애. 그리고 그 위로는 마치 동화책 속에 등장할만한 하얀색 등대가 우뚝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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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은 길을 열고 사람은 자연에 다가간다.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푸른 숲길을 따라 트레킹이 가능하다. 소매물도 등대길(3.1㎞)은 경남 통영의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가 지정한 6곳의 도서 트레일 코스 중 하나다. 매물도에도 해품길(5.2㎞)이 있으니 이와 연계해 선선한 늦여름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 40분이면 간다. 이국적인 푸른 초지를 등에 인 등대섬 등 워낙 경관이 예뻐서 섬을 처음 가는 이들도 모두 만족하는 곳이다. 선착장 부근부터 바로 시작되는 언덕길을 따라 망태봉 전망대(152m)에 오르면 마치 미니어처같은 등대섬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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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바다 위 둥둥 뜬 바위섬에 금빛 여름햇살이 부딪힌다.

선착장에서 돌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망태봉과의 갈림길에서 등대섬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데크길을 따라 약 1㎞ 내려오면 이곳에도 몽돌로 이뤄진 열목개가 있다. 학동보다는 훨씬 크고 이끼가 있어 조금 미끄럽다. 등대섬은 사리 때 물이 빠지면 바로 이 몽돌해변을 따라 걸어서 갈 수 있다. 하루 두 번 2시간 정도 열린다. 물이 가득 차는 조금 때는 ‘조금’이 아니라 많이 어렵다. 건너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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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섬에 오면 상쾌한 바람 속 비로소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국적인 풍광의 등대섬이 워낙 유명하지만 소매물도 자체도 그에 못지않다. 한려수도의 전망이 좋은 ‘폭풍의 언덕’과 비련의 이야기를 품은 ‘남매바위’, 후박나무 숲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국내에서 두번 째로 큰 섬인 거제도를 거점 삼아 다시 떠나는 섬 탐방, 깨알같은 재미로 가득 차있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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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지세포 밤 풍경.
●둘러볼만한 곳=

와현모래숲해변 안쪽에 바다와 면한 정원 ‘공곶이’가 있다. 언덕을 잠깐 오르면 동백과 종려가 가득한 숲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안까지 내려가는 330개의 돌계단을 따라 아름다운 정원을 맛볼 수 있다. 농장에는 봄에 꽃피우는 수선화와 동백을 비롯해 종려, 조팝, 설유화, 잎새란, 후피향나무, 팔손이 등이 있다. 매물도여객선 저구항(2만1000원), 외도-해금강 유람선 출발 항과 주중·주말 구분에 따라 1만1000~1만9000원, 장사도 1만5000~1만6000원, 지심도 왕복 1만2000원, 내도 왕복 1만2000원. 포로수용소 유적공원(7000원).옥포대첩기념공원(1000원), 칠천량해전공원(2000원), 거제박물관(3000원). 문의 거제시청 관광과(055)639-4175~6

●소매물도 물때=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www.kh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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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세포횟집의 우럭구이. 싱싱한 횟감 우럭을 통째로 구워낸다.

●맛집=거제도는 생선회를 잘하는 집도 많지만 볼락 등 생선구이도 맛이 좋다. 지세포횟집은 큼지막한 횟감 우럭을 통째로 구워서 양념장과 함께 상에 올린다. 늘 상태가 떨어지는 생선구이만 먹어보다, 싱싱한 활어 상태에서 바로 구워내는 우럭구이(5만원)는 보들보들한 속살과 탄력있는 껍질이 입맛을 돋운다. 밑반찬도 푸짐하고 양도 충분하다.(055)681-9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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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항의 항만식당 해물뚝배기. 제주도의 것과는 좀 다르다.

해물뚝배기도 제주의 것과 조금 다르다. 거대한 투가리에 전복과 문어, 오징어, 꽃게, 바지락, 홍합 등을 잔뜩 넣고 끓여낸 해물뚝배기(5만~7만원)가 맛이 좋다. 구조라 항 항만식당(055)682-4368.

●여행상품=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연중 매주 화, 금, 토요일 서울에서 버스로 출발해서 거제도 해금강 외도와 바람의언덕, 통영 미륵산케이블카, 소매물도, 동피랑마을 등을 다녀오는 ‘통영거제완전정복’ 1박2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1인 16만8000원.

또한 같은 기간에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유명한 ‘카멜리아의 섬’ 통영 장사도와 거제 외도를 다녀오는 1박2일 여행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16만9000원. 문의 (02)733-0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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