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박지성-김민지, 내가 빠질 수 있나요?
박지성이 2014년 5월14일 경기도 수원시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은퇴를 발표한 가운데 당시 예비 신부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가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지난 해 7월 화촉을 밝힌 박지성-김민지 부부는 오는 11월 아빠와 엄마가 된다. 2014.05.14.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아빠로서)설레는 동시에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네요~.”

지난 14일 ‘꿈의 극장’으로 불리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 한국인 선수가 다시 섰다. 박·지·성. 딱 10년 전인 2005년 맨유에 진출, 한국인들의 주말 밤을 독차지했던 그가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는 이날 열린 자선경기 맨유-바이에른 뮌헨(독일) 레전드 맞대결에서 양팀 선수 중 가장 어린 선수로 출전, 전반 45분을 누비며 도움 1개를 올렸다. 맨유가 4-2로 이기면서 박지성은 또 하나의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맨유에서만 트로피 13개를 거머쥐는 등 현역 시절 우승과 인연이 깊었던 ‘박지성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현역 은퇴 어느 덧 1년, 지난 달 아내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와의 사이에 태명이 ‘만두’인 첫 아기가 생겼음을 알리며, ‘아버지 박지성’을 준비하고 있는 그가 궁금해졌다. 지난 달 3일 ‘수원JS컵’이 끝난 뒤 영국에서 ‘태교(?)’에 전념 중인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포츠서울 창간 30주년에 맞춰 답신이 도착했다. ‘만두 아빠’ 박지성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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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2011년 6월17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26주년 인터뷰를 하던 도중 자신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소식이 담긴 신문을 보고 있다. 이지석기자

◇“왜 만두냐고요? 볼살이 통통한 아내 별명이었죠!”

‘만두’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되는 소감을 묻자 그는 기뻐하면서도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는 박지성은 “한편으론 과연 나는 가정에서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될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설레는 동시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다른 ‘예비 아빠’가 갖고 있는 흔한 걱정을 나눴다. 태명이 왜 ‘만두’일까도 살짝 궁금했다.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 박지성의 마음이 한껏 묻어나온 작품이 바로 ‘만두’였다. 박지성은 “볼살이 통통한 아내의 학창시절 별명이 만두였다”고 소개하며 “그래서 제가 태명을 만두로 하자고 해서 만두가 됐다”고 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김민지 아나운서의 매력은 통통하면서 귀여운 볼살이다. 거기에 박지성의 따뜻한 마음씨가 어우러지는 아기가 나온다면…. 꽤 멋진 아기가 태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해 7월 결혼한 그에겐 다음 달이 ‘1주년’. “매 순간 결혼을 잘 했다고 느끼고 있다.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내 옆에서 무엇이든 날 위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하다”며 아내에 대한 ‘무한사랑’을 외친 박지성은 “나라는 사람이 항상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사랑이 담긴 격려와 조언을 받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며 ‘혼자’가 아닌 ‘둘’로써 살아가는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아이를 축구 선수로 키울 생각이 있는가란 물음엔 “아이가 원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며 “원하는 포지션은 특별히 없으며 아이가 축구를 할 때 행복한 선수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복한 선수’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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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앰버서더 박지성이 지난 해 11월1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은퇴 후 1년…다음 인생 계획한 ‘행복한 시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서, 그리고 잉글랜드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치열하게 살았던 그가 축구화를 내려놓은 지도 1년이 훌쩍 넘었다. 현역 은퇴 후,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나갔을까. 박지성은, 선수 생활은 끝났지만 결혼이라는 선물과 함께 인생을 재충전하게 된 값진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한 상태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간 것 같다”며 “어쩌면 그 시간들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에 대해 걱정하며 보내야 하는 시간이 됐을 지도 모르지만, 저에겐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이 걱정보다는 행복한 마음으로 다음 인생을 계획하고 준비해 나아가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줬다”고 고백했다. 행정가를 꿈꾸는 그는 10년 정도 지나면 ‘제2의 축구인생’을 꾸려나가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박지성은 언제 볼 수 있는가”란 질문에 “최소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도 행정과 관련해서 일을 할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현실을 파악하고, 배우고,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과정 중 하나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10년간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나서야 제대로 제가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확신을 갖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엔 제가 행정가로서 확신을 갖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래서 좀 더 나아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국내 명문구단 단장,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슈퍼 에이전트 중 하고 싶은 일을 순서대로 꼽아달라”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박지성은 “솔직히 지금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순서를 정할수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에이전트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못박았다.

[SS포토] 은퇴 발표 박지성, 영광의 날을 뒤로 하고!
박지성이 지난 해 5월14일 경기도 수원시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2014.05.14.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한국 축구, 선의의 경쟁으로 ‘더 강한 팀’ 될 것”

박지성은 프로다. 그는 2012년 3월9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라운드 1차전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과의 맞대결 이후 1192일 만에 올드 트래포드 홈 경기를 벌였는데,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JS파운데이션 측에 따르면 박지성은 지난 14일 맨유-뮌헨 레전드 매치를 앞두고 재활과 몸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한다. 10년 전 기대와 걱정 속에 그가 선택한 맨유 행이 ‘최고의 결정’임을 최근 레전드 매치 멤버로 뽑힌 것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박지성은 “제게는 축구 선수로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들을 경험하게 해 준 뜻 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맨유에 갈 수 있는 비법은 없다. 다만 계속해서 최고의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면 맨유 뿐만이 아니라 다른 빅클럽으로도 갈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력 만이 맨유에서 제 2의 박지성, 제 3의 박지성이 출현할 수 있는 방법임을 소개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위해 다시 출발하는 한국 축구엔 밝은 앞날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특히 선수간 선의의 경쟁이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아시안컵에서의 좋은 분위기,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해서 활약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박지성은 “특히 새로운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하는 부분이 대표팀 내에서 선수들과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대표팀은 더욱 강한 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축구의 특징도 잘 어우러진다면 ‘브라질 아쉬움’이 ‘러시아 환호’로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는 월드컵이나 유럽 무대에서 뒤지지 않는 한국 축구의 장점으로 “팀과 동료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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