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더 집중했어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바람의 손자’ 이정후(26)가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 앞에서 안타도 만들었고, 타점도 생산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이정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본토 개막전 샌디에이고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NBC스포츠는 경기 후 이정후와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개막전과 별 차이는 없었다. 관중이 더 많고, 더 수준이 높다. 경기장도 좋다.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았다. 오늘 가족들이 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담담한 모습이었지만, 첫 안타 순간에는 딱히 그렇지도 않았던 듯하다. “지금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안차를 때린 후 정신이 없었다. 더 집중했어야 했다. 바로 견제 아웃됐다. 첫 안타의 기분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견제가 놀랐던 것은 아니다. 다르빗슈의 습관이 있다. 그걸 보고 스타트를 걸었는데, 견제아웃 되고 말았다. 역시 베테랑이었다. 자신의 습관을 오히려 잘 이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역대 27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로 이름을 올렸다.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3억원)라는 대형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 OPS 0.911을 만들며 예열을 마쳤다.

정규시즌 개막전 1번 타자 중견수도 당연히 이정후였다. 첫 타석에서는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에게 삼진을 먹었다. 카운트 0-2에서 3구째 한가운데 속구를 놓쳤다. 3회초에는 시속 100.4마일(약 161.6㎞)짜리 타구를 때렸으나 1루수 직선타가 되고 말았다.

5회초 첫 안타를 생산했다. 풀카운트에서 다르빗슈의 6구째 시속 94.8마일(약 152.6㎞)의 싱커를 때려 중전 안타를 날렸다. 드디어 터진 첫 안타다. 현장을 찾은 이종범 전 LG 코치를 비롯한 가족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공은 당연히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다음이 아쉬웠다. 호르헤 솔레어 타석에서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다르빗슈의 견제에 걸리고 말았다. 허무한 아웃이다.

그래도 7회초 바뀐 투수 마쓰이 유키에게 희생플라이를 치며 타점을 올렸다. 2-2에서 3-2 역전을 만드는 점수였다. 상대가 일본인 투수라는 점도 있지만, 넓게 보면 왼손투수를 상대로 만든 타점이라 의미가 있다. 첫 경기에서 다양하게 보여준 셈이다.

NBC스포츠는 “이정후는 지난 수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안타를 치고 1루에 서는 상상을 했다. 꿈을 이뤘다. 그러나 오롯이 즐기지는 못했다. 견제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긴장하지 않았다. 7회 타점까지 올렸다”고 전했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좌투수를 상대로 우리가 리드를 잡는 타점을 올렸다. 큰 희생플라이였다. 오늘 이정후가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짚었다.

출발이 좋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전이다. 긴장할 법도 했지만, 이정후는 담대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야 신인이지만, KBO리그에서 7년간 884경기나 소화한 선수다. 적응에 오래 걸리지 않는 모습. 다음 경기가 또 기대되는 이유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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