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서울 성동구 송정동 더 라이트 스튜디오에 ‘투별’이 떴습니다. 스포츠서울 조은별 기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로 2023년 연예계 신성으로 떠오른 배우 이한별을 만났습니다. 스포츠서울 독자들께 추석인사를 전하기 위해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이한별은 이름처럼 연예계 큰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고생했겠네.”

배우 이한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시사회 때 초청한 부모님의 한마디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한별은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 아니라서 시사회 때도 많은 말이 오가지 않았다”며 “내색은 안하지만 좋아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천생 경상도 사람인 부모님은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던 딸이 돌연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서른을 넘기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한건 도리어 이한별 쪽이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집에 살며 아르바이트와 단편영화 촬영을 병행했다. 연기를 그만두면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마스크걸’ 오디션을 보기 직전이던 2021년 9월의 일이었다.

“주변의 반대보다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의심이 커져가던 시기였어요. 조금 더 안정적인 일을 찾은 뒤 전업연기자의 꿈을 내려놓아야 하나 고민했죠.”

그 시기에 접한 오디션이 ‘마스크걸’이었다. 수많은 오디션을 밥 먹듯 보다보니 처음에는 어떤 작품인지도 몰랐다. 자신이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도, 톱스타 나나, 고현정과 1인 3역을 맡게 된 것도, 그 캐릭터가 못생긴 ‘절세추녀’라는 것도 모두 뒤늦게 알게 됐다.

“못생긴 외모보다 꿈을 향한 모미의 마음이 저와 더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춤추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외모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만 했고, 그럼에도 어떻게도 꿈을 놓지 않으려는 모미의 모습이 연기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며 애쓰는 저랑 닮았다고 여겼죠.”

‘마스크걸’은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톱10’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다. ‘마스크걸’ 제작발표회 직전까지 카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홀로 오디션을 전전했던 이한별에게 소속사가 생겼다.

개인 채널에는 낯선 언어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한별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웹툰인데 김모미 캐릭터를 맡아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원작 팬들이 애착하는 캐릭터이기에 만족을 드리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좋은 마음으로 봐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모든 연예계의 시선이 혜성같이 나타난 신성 이한별에게 쏠렸지만 그는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지금 자신을 향한 들뜬 시선이 이내 가라앉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한별은 “중요한건 지금보다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감사하게도 큰 기회를 얻어 연기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차기작에서 잘 해내야 한다는 걱정이 커요. 그래도 연기를 사랑하는 분들은 그것만으로 작은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연기활동을 지속해 나가면 어떤 식으로든 기회는 찾아올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 사랑할 수 있는 내 모습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행복 아닐까요.”

성격이 내향적이고 차분하다는 이한별은 최근 몇 개월간 ‘마스크걸’ 홍보일정으로 바빴던 나날에서 벗어나 연휴에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는 “서울에서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며 충전을 할 계획이다”라며 “사람 없고, 한적한 숲이 보이는 곳에서 휴대전화도 없이 한가롭게 멍을 때리고 머리를 비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구미에는 연휴가 지난 뒤 내려갈 계획입니다. 부모님과 못 다한 대화는 그때 나누려고요. 한별이란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주셨는데 ‘큰 별’이란 의미에요. 저도 올해 보름달에게 이름값하는 연예계 ‘큰 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어보려고요.”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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