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LG 조상현 감독과 현대모비스 조동현(이상 46)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 최초의 ‘쌍둥이 감독’으로 현역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도 맞대결을 하고 있다. 각 팀을 책임지는 사령탑인 둘은 조력자이자, 경쟁자로 농구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조상현과 조동현 감독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 KBL 신인드래프트를 위해 다시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감독들답게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와 누구를 선택할지에 대한 정보를 나누느라 바빴다.

현대모비스는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순위 추첨에서 12%의 확률로 2순위, LG는 5%의 확률에도 3순위 지명권을 확보했다. “전생에 둘 다 나라를 구한 것 아닌가”라는 말에 조상현, 조동현 감독은 이구동성 “신기하긴 하다”며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조동현 감독은 2순위로 고려대 박무빈을, 조상현 감독은 3순위로 연세대 유기상을 지명했다. 둘 모두 ‘빅3’ 중 원하는 선수를 품었다.

신인 지명 후 조상현, 조동현 감독은 모두 해외 전지훈련 길에 올랐다. 조상현 감독의 LG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조동현 감독의 현대모비스는 일본에서 추석 연휴까지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조상현 감독은 “어릴 때부터 내게 추석은 없었다. 추석 때 해외에 있거나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조동현 감독 역시 “추석에 대한 의미가 나에게 별로 없었다. 올해도 일본에서 추석을 보낸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잘 통하는 쌍둥이다 보니 감독으로서 서로 조언을 구하고, 함께 얘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조동현 감독은 “(조)상현은 감독 되고 첫 해에 나한테 전화도 많이 하고 물어보더니 한 시즌 해서 그런지 요즘은 전화를 잘 하지 않는다”며 면박 아닌 면박을 줬다. 이에 조상현 감독은 “오해하지 마라. 내가 유재학 감독님 수비를 좋아해서 궁금한 게 있어 물어봤던 것”이라며 되받아쳤다.

생김새는 거의 같은 쌍둥이지만 어려서부터 성격은 달랐다. 조동현 감독은 “(조)상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낙천적이고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감독이 돼서 그런지 많이 꼼꼼해지고 걱정도 많아진 듯하다”며 웃었다. 조상현 감독도 “(조)동현이가 어렸을 때 꼼꼼하고 생각 많은 스타일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확실히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이 서로 달라지는 거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상현, 조동현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많이 닮아있다. 둘 모두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하고, 철저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다양한 전술을 입히고 있다.

프로에서 한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현역 시절 조상현 감독은 슈터로, 조동현 감독은 수비로 KBL 무대를 누볐다. 이제 감독으로도 함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조상현 감독의 LG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조동현 감독의 현대모비스도 4위로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았다. 이번 시즌 역시 두 팀은 PO 진출 안정권 전력으로 꼽힌다.

조상현 감독은 “LG가 강팀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걱정이 많다. 현대모비스 전력이 더 좋다. 조직력도 좋은 팀이다. 특히 수비변화가 좋은 팀인 듯 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조동현 감독은 “또 앓는 소리 한다. LG에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난 시즌에도 2위를 한 팀이지 않은가”라며 반박했다.

티격태격 장난치듯 말을 주고받던 둘이지만, 우승 얘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둘이 만나도 재미있겠다”는 말에 조상현 감독은 “멋진 경기가 될 거 같다. 그래도 내가 꼭 이기고 우승하겠다”고 먼저 말했다. 조동현 감독도 “챔프전에서 만나면 양보란 없다. 무조건 우승한다”고 장담했다.

같은날 함께 태어난 형제끼리 운명적인 대결을 이어가고 있는 쌍둥이 감독들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나 우승을 놓고 다투는 운명의 날을 기대하고 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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