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람틴(홍콩)=황혜정기자] 국기에 대한 경례가 끝나면 양 팀 선수들이 가운데로 향한다. 바로 ‘선물 교환’을 위해서다.

‘선물교환’은 여자야구 국제대회만의 전통이다. 시초가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제대회에서 경기를 하기 전에 서로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는 문화는 10년도 넘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이수미 사무국장은 연맹에서 오래 일하며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숱한 국제대회에 동행했다. 이 국장은 “여자야구 국제대회에선 이렇게 항상 선물을 교환해왔다. 우리만의 문화”라고 했다.

올해 홍콩에서 열린 아시안컵(BFA)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준비한 선물은 한국 전통 문양이 그려진 ‘네임텍(이름표)’이다. 이 국장은 “보통 뱃지를 많이 주는데 우린 실용적인 선물을 준비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물이 가장 인기가 높다”며 미소 지었다.

선물을 주고 받는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 대표팀 한 선수는 “상대팀에서 무슨 선물을 준비했을까 설렘도 있고, 경기를 앞두고 서로 ‘좋은 경기합시다’하는 다짐과 기원같은 의식이라 좋았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컵은 세계야구월드컵 진출권이 걸려있는 중요한 대회였다. 그렇지만 양 국가는 적으로 만나 경기하기에 앞서 소소한 선물을 교환하며 우정을 다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받은 선물은 대부분 상대 국가의 국기가 그려진 뱃지다. 대표팀 내야수 이지아는 자신의 AD카드 목걸이에 일본, 필리핀, 홍콩 대표팀이 선물한 뱃지를 치렁치렁 달았다.

흔히 국제대회에서 국가 대항전은 ‘전쟁’이라고 하지만, 여자야구는 전쟁 이전에 ‘교류’의 장이다. 전세계적으로 야구를 하는 여성 인구가 많지 않은 가운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여자야구 대표팀을 구성해 훈련을 하고 한 곳에 모이는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일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 나카시마 리사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일본을 상대로 멋진 더블 플레이를 선보이자 “한국 여자야구의 성장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선물 교환을 통해 전세계의 여자야구인들이 연대한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여자야구 활성화를 바란다. et1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