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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령. 제공 | 저스트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단 2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 어떤 배우보다 존재감은 강렬했다. 양대 글로벌 OTT로 꼽히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과 ‘카지노’에서 맹활약한 배우 김주령의 이야기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엄혹했던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 살기 위해 몸까지 내줬던 밑바닥 인생 한미녀 역할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김주령은 22일 최종회가 공개된 디즈니+ ‘카지노’에서는 필리핀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한인교포 진영희 역으로 자신의 진가를 재확인했다.

무더위와 습기가 가득 어린 필리핀 현지에서 흔히 볼법한 민낯의 아낙네는 교민들과 속없이 수다를 떨다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폭력배 출신 남자친구와 살인 작당모의를 한다. 김주령만 표현해낼 수 있는 연기였다.

김주령이 ‘카지노’에 합류한건 2021년 하반기다. ‘오징어게임’이 공개돼 막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김주령은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뒤 맨 처음 받은 대본이 ‘카지노’였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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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령. 제공 | 저스트 엔터테인먼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글로벌 OTT 디즈니+로 송출,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선배이기도 한 대선배 최민식과 호흡. 배우라면 탐이 날만하다. 하지만 당시 ‘오징어게임’의 인기라면 단숨에 방송사 드라마의 주연을 꿰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주령은 “무엇보다 강윤성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고백했다.

“‘범죄도시1’편이 공개된 뒤 우연한 기회에 감독님 인터뷰를 보게 됐다. 무려 17년의 기다림 끝에 ‘범죄도시’로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이 몹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걸어온 길이 궁금해지며 인간 강윤성에게 관심이 생겼다. 첫 미팅자리에서 감독님이 ‘김주령씨, 같이 합시다’ 하기에 나도 잴 것 없이 ‘네’라고 답했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카지노’의 진영희는 필리핀 카지노 대부 차무식(최민식 분)의 운명에 큰 전환점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카지노’의 시작과 끝인 민 회장(김홍파 분) 살인사건의 불을 지피는 것도 진영희의 몫이다.

김주령은 “겉보기엔 평범한 필리핀 교민 아줌마인데 돈이 들어왔다고 그런 선택을 하는걸 보면 평범하다고만 보기 어려운, 당돌한 여자,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강윤성 감독은 김주령에게 “진짜 (현지인)같았으면 좋겠다. 뭔가 하려고 하지 마라”라는 디렉션을 줬다. 진영희를 극의 히든카드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김주령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유튜브를 보며 현지인의 생활을 엿보는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필리핀 한인타운 교민들의 생활상을 보며 진영희의 하루를 연구했다. 진영희가 오늘은 어디 들러서 뭘 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말했다.

디즈니+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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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한장면. 제공 | 디즈니+

차무식 역의 최민식은 영화 ‘특별시민’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당시에는 대사도 없던 대변인 역할이라 최민식의 뒤에 서있기만 했다. 김주령은 “이제 최민식 선배와 같은 프레임 안에서 함께 대사를 주고 받다니 내가 ‘출세한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또 “최민식 선배와 종일 함께 있는 이동휘 씨가 부러웠다”고 했다.

“최민식 선배는 늘 ‘제대로 하자’고 강조한다. 인정받기 위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연기는 하지 말자는 의미다. 기왕하는 연기, 제대로 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진심을 쏟아냈다. 내게 ‘연극도 관심있는데 기회 되면 같이 해볼래?’ 물어보셔서 바로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좋은 감독, 좋은 배우와 호흡은 연기자 김주령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곤 한다. 김주령은 “배우로서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오징어게임’에 처음 캐스팅됐을 때 행여 나 때문에 작품을 망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당시 황동혁 감독님은 ‘한미녀 1순위는 김주령 당신이다. 내 작품의 운명이 달렸고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있어 캐스팅한 것이다’라고 격려해주셨다. ‘카지노’는 출연진만 170여명에 달하는데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다. ‘오징어게임’이 나를 대중에게 소개해준 행운의 작품이라면 ‘카지노’는 해외 로케이션의 꿈을 이뤄주고 현장에서 배움을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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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령. 제공 | 저스트 엔터테인먼트

11세 딸과 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은 김주령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김주령은 “딸이 어려서 ‘오징어게임’과 ‘카지노’는 못보지만 얼마 전 특별출연한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함께 보더니 ‘우리 엄마 정말 연기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해줬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주령은 지난 1월 미국 LA와 뉴욕을 중심으로 매니지먼트 사업을 펼치는 ‘A3 아티스트 에이전시’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해외진출도 하고 싶다”고 욕심을 보였다.

“올해 안에 미국 작품에 출연하는 게 목표다. 거창한 꿈보다 실패해도 잃을 게 없으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니 계속 입으로 내뱉을 것이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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