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WORLD BASEBALL
미국 WBC 대표팀 선수들이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8강전에서 8회말 트레이 터너의 역전 만루홈런 후 환호하고 있다. 제공 | UPI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대회 초창기에는 물음표가 많이 붙었다. 시기부터 맞지 않았다. 미국에서 3월은 야구가 아닌 대학농구 토너먼트를 즐기는 시기다. 이변이 속출하는 단판 승부를 즐기기위해 너도나도 TV 앞으로 모여든다.

더불어 메이저리그(MLB) 팬들도 고개를 흔들었다. 응원팀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해 부상이라도 당하면 시즌을 망칠 수 있다. 소속팀 선수 참가를 대놓고 거부하는 구단도 있었다. 2006,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만 해도 그랬다.

흥행 지표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일전이 꾸준히 성사되면서 한국과 일본은 열기가 뜨거웠으나 정작 미국에서 뜨겁지 않았다. 미국 언론의 스포츠 헤드라인도 WBC보다는 대학농구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3 WBC부터 온도가 달라졌다. MLB 특급 스타들이 맞대결을 벌인 미국과 도미니카의 2라운드 승부는 더할나위 없이 뜨거웠다. 도미니카는 미국을 꺾은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 우승을 차지했다. 정상에 오른 도미니카 선수들은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야구 강국들은 WBC에 매진했다. 몇몇 투수들은 여전히 WBC 참가에 부담을 느끼지만 야수는 대부분이 WBC 참가를 희망한다. 미국, 도니미카, 푸에라토리코,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이 한국과 일본처럼 최정예로 WBC 대표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7 WBC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1라운드 평균관중수 2만402명으로 MLB 시범경기 이상의 관중이 입장했다. 사실상 개최국인 미국이 정상에 오르면서 MLB 팬들도 WBC에 시선이 사로 잡혔다. MLB 플레이오프에서나 볼 수 있는 특급 선수들의 몸을 날리는 호수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반복해서 나오니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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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8강전 경기 모습, 제공 | UPI 연합뉴스

대회 막바지를 향하는 2023 WBC는 이미 대성공이다. WBCI에서 발표한 1라운드 흥행지표는 2017 WBC를 크게 뛰어넘었다. 1라운드에서만 총 101만999명의 관중이 입장했는데 이는 2017 1라운드 총 관중수(51만56명)의 두 배에 가깝다. 평균관중수 2만5275명,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과 멕시코의 맞대결은 관중수 4만753명으로 역대 WBC 1라운드 한경기 최다 관중을 달성했다.

TV 시청자수와 SNS를 통한 관심지표도 크게 늘었다. 미국과 영국의 1라운드 경기는 미국내에서 159만2000명이 시청했다. 미국 역대 WBC 1라운드 최다 시청자수다. SNS를 통한 관심도는 2017 WBC보타 564% 커졌다. 이번 WBC 최고 스타 일본 오타니 쇼헤이의 SNS 계정은 1라운드 기간 동안 팔로워 숫자가 136만명 증가했다.

6회말 만루에서 1타점 적시타 오타니[포토]
일본 3번타자 오타니가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6회말 무사 만루에서 바뀐투수 김원중을 상대로 1타점 우전안타로 출루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미국 대표팀 마이크 트라웃은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한 WBC에 대해 “내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했다. 야구 변방 체코는 WBC 선전으로 인해 TV에서 축구가 아닌 야구를 보는 낯선 장면이 나왔다. 선수도 야구팬들도 한 무대에 집중하며 열광한다. 한국은 3회 연속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MLB가 그토록 바라던 야구의 세계화가 WBC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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