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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이랑의 단독 콘서트 현장. 사진|황혜정 인턴기자

[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환란의 세대’에 사는 모두를 위로하며 아름답고도 처연한 노랫말로 주말 밤을 적셨다.

이랑은 19, 20 양일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올해 첫 단독 공연 ‘현대카드 Curated 72 이랑’을 펼쳤다. 그는 ‘Pain on All Fronts: 모든 측면에서의 통증’이라는 콘셉트로 잔혹함 속으로 걸어 들어가 엮어낸, 시와 노래와 낭독이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가요계 인사들의 연이은 코로나 확진으로 공연이 취소되고 있는 데 반해 이랑의 공연은 양일간 무사히 성료했다.

만석으로 가득찬 관객석에서 이랑의 팬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먼 곳에서 오셨네요”라며 반가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비교적 차분히 진행된 이날의 콘서트는 이랑이 관객에게 건네는 위트있는 멘트로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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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이 공연 중 첼리스트 혜지의 연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황혜정 인턴기자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공연은 이랑의 곡들로 충실히 채워졌다. ‘빵을 먹었어’, ‘의식적으로 잠을 자야겠다’,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신의 놀이’ 등 그의 히트곡들이 이랑과 세션의 연주에 맞춰 흘러나왔다. 특히 이랑에게 한국음악대중상 올해의 음반상을 안겨준 정규 3집 앨범 타이틀곡 ‘늑대가 나타났다’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이랑은 곡이 끝날 때마다 해당 곡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의 놀이’는 한국예술종합합교 영상원 재학 시절 이창동 감독의 수업을 들으며 쓴 가사라며 이 감독이 수업시간에 이야기 한 웃픈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제목이자 이랑의 곡 ‘Pain on All Fronts’는 미국의 저항시인 ‘앨런 긴즈버그’(1926-1997)의 시집 ‘The fall of America’의 출간 50주년을 기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시를 바탕으로 작사·작곡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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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을 소개하는 이랑. 사진|황혜정 인턴기자

이랑의 세션 소개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세션들은 검은 촉수 컨셉으로 등장했다. 코러스를 맡은 ‘이랑 파이브’의 매미, 양파, 켄타, 뽑, 민지는 여성주의문화운동단체 언니네트워크 소모임인 ‘아는 언니들’ 합창단이다. 공연 내내 감미롭고 풍성한 첼로를 연주한 첼리스트 이혜지, 키보드와 보컬을 담당한 나나, 드럼의 강전호, 그리고 이랑의 정규 3집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이번 공연에서 기타 연주를 맡은 이대봉이 차례로 소개되었다.

이랑은 이들과 함께 풍성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공연 내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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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의 공연에는 항상 동시 자막이 함께한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은 사람들과도 함께 무대를 즐기기 위해서다. 이랑의 세션에서 키보드를 맡고 있는 나나는 이날 ‘속기사’ 공부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황혜정 인턴기자

한편, 이랑의 공연에는 항상 동시 자막이 함께한다. 이날 이랑의 공연은 사회적협동조합 ‘에이유디(AUD)’가 함께했다. 이른바 자막 서비스인 ‘쉐어타이핑’은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속기사가 가수가 하는 말과 노랫말을 속기해 대형 화면에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랑은 “더욱더 많은 공연에 이 서비스가 들어오게 된다면 더 나은 공연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앵콜곡 ‘우리의 방’으로 공연을 마무리 한 이랑은 마무리 멘트로 “우리가 드러내는 ‘통증’을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랑은 2012년 정규 1집 앨범 ‘욘욘슨’으로 데뷔, 전위적인 가사에 실험적인 음악세계를 담아내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가수다. 지난 1일 열린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음반’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합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독립 영화감독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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