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말 등판한 정해영[포토]
KIA 불펜 정해영이 29일 열린 2021신한은행SOL KBO리그 SSG랜더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 8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IA의 내년시즌 모토는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투타 모두 공격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올해 KIA는 팀 평균자책점(ERA)과 타율 모두 9위에 머물렀다. 특히 마운드는 이닝당 평균 18개꼴인 2만 2375개를 던졌다. 볼넷 731(몸에 맞는 볼, 고의사구 포함)개를 내주고 삼진 951개를 잡아냈다. 삼진 1.3개당 볼넷 1개를 내준 꼴이니 경기시간(정규이닝 기준 평균 3시간 13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야수들이 지친다. 집중력있는 공격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KIA 김종국 신임감독은 “타선도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지만, 마운드도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 수를 절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무작정 스트라이크만 던지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투구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최연소 30세이브를 달성한 정해영(20)의 투구를 들여다보면, 김 감독의 구상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정해영은 올시즌 64경기에서 65.1이닝을 던져 5승 4패 34세이브 ERA 2.20을 기록했다.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이 중계영상 분석프로그램인 시너지로 추출한 정해영의 투구 패턴을 살펴보면 올해 타자를 상대로 3개 중 2개를 속구로 선택했다. 속구 기준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6.5대 3.5로 나쁘지 않았다. 홈런 네 방 포함 33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피안타율은 0.198에 그쳤다. 삼진 38개를 솎아내 마무리다운 투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속구 피안타율 0.349, 삼진 19개였던 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정해영 탈삼진4
정해영이 NC 애런 알테어에게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 제공=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재미있는 점은 단순히 속구 위주 투구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이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낮게 공략할 때를 구분해 상황에 맞는 투구를 가미했다. 정해영이 던지는 하이 패스트볼은 장타 위험을 안고 있지만, 헛스윙을 유도하는 빈도(20%)가 높았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높은쪽 보더라인 위로 날아드는 공에는 타자들의 배트가 제대로 따라 나오지 못했다. 삼진이 꼭 필요한 순간에는 장타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고 하이패스트볼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주자가 있을 때에는 속구를 낮게 던져 땅볼을 유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패스트볼에는 땅볼 비율이 31%에 그친반면 낮은 코스일 때는 56%까지 급증했다. 속구 중심의 볼배합도 타자 성향이나 주자 상황에 따라 상하만 확실히 구분해도 좋은 결과를 끌어낸다는 것을 어느정도 증명한 셈이다.

투수들은 ‘한가운데 속구를 던지면 장타를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싸운다. 그러나 의도를 갖고 자기공을 던지는 투수는 타자와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정해영의 성적이 KIA 젊은 투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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