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브이로그는 접근이 쉽지만 까다로운 콘텐츠다. 단순한 일상으로 구독자들을 매료해야 하기 때문. 비슷비슷한 '인스타 감성'류의 콘텐츠 속 독보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구독자 36만 명의 유튜버이자 패션브랜드 '샵오눅'과 '시시아사우르스'를 론칭한 오눅(38·안은경)이 그 주인공이다.


오눅 채널의 매력은 '좋은 취향'과 '정성 들여 사는 삶의 가치'로 정리된다. 식사하고, OOTD(Outfit Of the Day·오늘의 패션)를 보여주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일상은 통상적인 브이로그를 벗어나지 않지만, 그의 감각이 돋보이는 집과 요리에 여러 잡지에서 앞다투어 소개했을 정도다.


그는 자신의 채널이 "갑자기 찾아온 반가운 에너지였으면 한다"고 말한다. 영상을 보다가 문득 청소하고 싶어지거나 요리하고 싶어졌으면 좋겠다고. 오눅의 일상이 자기과시의 피곤함보다 흥미로움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한 일상 중계를 넘어 구독자의 삶이 예사로운 매일임을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매력 탓일까? 배우 신세경은 브이로그가 뭔 줄도 모르던 시절부터 오눅의 채널을 즐겨봤다고 유튜브를 통해 밝혔다. 그의 브이로그를 보는 장면을 공개하고, 오눅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며 팬을 자처하기도.


브이로그로 시작해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까지, 오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터 오눅이라고 합니다. '오눅(onuk)'이라는 채널로 브이로그 콘텐츠 및 다양한 영상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Q. 이번이 첫 인터뷰라고요? 방송 제의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뷰티 프로그램이나 결혼 장려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몇 번 왔었어요. 자신 없는 분야라 거절했지만, 요리나 인테리어 분야에 섭외가 있다면 깊이 고민해볼 것 같아요.


Q.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영상을 보고 친구가 유튜브를 제안했어요. 해외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떻겠느냐고요. 다음날 바로 카메라를 사서 이것저것 촬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더라고요. 그렇게 브이로그가 탄생했고 2018년 2월에 채널을 개설했죠.



Q.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던 2018년에는 직장인 브이로거로 일본에 거주하셨죠.


한국에서 BX(Brand Experience) 디자인 업무를 하다 일본 지사로 넘어가게 됐어요. 해외 생활을 길게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됐죠. 퇴사 직전 마지막으로 했던 작업은 라인프렌즈 캐릭터디자인 상품이었는데 귀여운 디자인의 키링 제품이라 매출이 좋았어요.


Q.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가 있으신가요?


해외 생활 6년 차가 되던 해였어요. 비자를 갱신해야 할 시기가 왔죠. 친구들은 정착을 준비하는데, 성격 탓인지 어딘가에 묶이는 것이 두렵더라고요. 언젠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또, 제 반려견 하키솜을 어머니가 맡아주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제가 돌보고 싶었어요. 도쿄에서 반려견 거주 가능한 집을 찾곤 했는데 매번 실패했죠.


Q. 퇴사 후 한국에 오시며 어떤 콘텐츠의 변화를 주었나요.


크게 변한 건 없어요. 브이로그는 일상을 중계하는 사소한 영상이잖아요. 여전히 장을 보고, 밥을 차려 먹고, 쇼핑하고, 오늘은 무엇에 관심이 갔는지, 무엇을 입었는지를 이야기해요. 출근하고 퇴근하는 장면이 사라졌을 뿐이죠. 그때도 언젠간 이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날이 오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소중히 여겼던 것 같아요.


Q.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하루를 살아도 공들여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미래를 위해 지금을 참아야 한다는 말을 싫어했고요. 그래서 때우기 식 소비나 때우기 식 식사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것들이 쌓여 일상을 이루다 보니 '정성스럽게 살기'라는 가치관이 드러나는 저만의 콘텐츠가 된 것 같아요. 물론 가성비를 따지고 가끔 대충 때우기도 해요. 하하.



Q. 특히 요리 콘텐츠가 많아요.


요리하는 동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어 좋아요. 다양한 색감, 향, 촉감의 식재료가 요리로 완성되어가는 과정도 좋고요. 설거지만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요리는 최고의 힐링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베이킹을 더 해보고 싶어 전문가용 오븐도 들였답니다. 정말 행복해요.(웃음)


Q. 인테리어에도 일가견이 있어 오래된 아파트를 아름답게 꾸미셨어요, 팁이 있다면요?


저는 주방 싱크대 상부장을 없앴어요. 수납할 공간이 사라져 실용적이진 않지만, 그 부분에 물고기 타일을 띠벽지처럼 붙여 포인트 삼았죠. 유행보단 내 취향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분석해 구현한 거죠. 


그게 팁이라면 팁인 것 같아요. 실용성을 포기하고라도 자신의 취향을 믿고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거요. 그런데 요즘엔 셀프 인테리어 콘텐츠가 많아 제가 더 많이 배워요.


Q. 이런 안목은 어디서 온 건가요?


좀 유별나긴 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도 유행하는 옷보단 조금 촌스럽더라도 독특한 단추가 달린 옷 같은 걸 골랐어요. 또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셔서 특이한 선물을 많이 받았고, 무척 힙했던 작은 이모와 함께 살아 어린 나이에 접하기 힘든 신문물을 보고 자랐죠. 커서는 미대 진학을 꿈꾸며 취향이 더 확고해진 것 같고요.


Q. 좋은 취향을 바탕으로 '샵오눅'을 론칭하셨죠.


11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사업을 시작했어요. 오직 내 힘으로 하는 첫 도전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어요. 크리에이터로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 온전히 신경 쓰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쉬워요. 아직 부족하지만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해보는 저의 가게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튼튼하고 멋진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요. 또 가치 있는 무언가를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내보고 싶고요. 또 지금 사는 집 계약이 끝나면 이사해야 해요. 다음 집 인테리어도 도전해보려고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건지 계속 찾아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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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오눅 제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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