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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스포츠서울 유경아 기자]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금융 한류(韓流)’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경제 사절단에 일제히 포함돼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의 각 은행장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3~5일 미얀마 일정을 함께 소화할 계획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국내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사절단 일정에 불참키로 했으며,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대통령의 태국 방문 일정에도 동행해 민간 차원의 협력을 도모할 방침이다.

◇ 미얀마 현지 지점·사무소 등 현황 점검 나서는 은행장들

각 은행장들은 미얀마 현지에서 운영 중인 사무소, 지점 등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할 방침이다. 또 사무소만 운영 중인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점 진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6대 시중은행 중 4개 은행장들이 이번 대통령 경제사절단 일정에 총출동 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미얀마는 성장가능성도 높고 금융시장이 아직 개방되지 않아 국내 은행들도 동반성장을 꾀할 수 있어 주요 신남방 국가 중 미얀마로의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얀마는 연 평균 7% 수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금융’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미얀마 현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경우 미얀마 양곤 주정부와 주택공급 정책 지원 및 미얀마 주택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오는 4일 허 행장은 주택금융 노하우 전수를 위해 양곤 주정부와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앞서 허인 KB국민은행장은 한국을 직접 찾은 우한조(U Han Zaw) 미얀마 건설부장관과 우딴신(U Thant Sin) 주한미얀마대사 등 미얀마 정부 고위관계자를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만나 주택금융 관련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년간 총 6회에 걸쳐 한국과 미얀마에서 미얀마 건설부, 중앙은행 고위 공무원 및 주택건설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택금융워크숍을 실시하는 등 주택금융 역량이전을 위해 상호협력 관계를 다져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협력해 미얀마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담보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KB 글로벌 수출지원금융’을 출시한 바 있다.

2017년 3월 미얀마 KB마이크로파이낸스법인 설립한 후 KB국민은행은 현재까지 13개 현지 영업점을 개설해 미얀마 현지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서민 주택자금 지원에 힘쓰고 있다. 향후에도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뱅킹서비스를 포함한 모기지대출, 기업금융 및 인프라금융 등으로 사업협력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김창우 KB국민은행 양곤사무소장은 “KB국민은행은 주택금융, 인프라금융, 디지털금융 등 선진 금융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얀마에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2)미얀마 건설부 장관 방문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를 방문한 우한조(U Han Zaw) 미얀마 건설부장관(가운데)이 허인 KB국민은행장(오른쪽)과 함께 은행 직원으로부터 디지털창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 |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미얀마 현지 중소기업의 전략성장 시장 네트워크 확장 지원에도 나섰다. 미얀마 현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문가 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기업과 은행의 글로벌 역량 육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글로벌 뱅킹 전문가 프로그램(Global Banking Expert Program)’은 미얀마 기업과 은행의 글로벌 역량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벤치마킹 가능한 한국의 사례 등을 제공하는 선진 금융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얀마 상공 회의소 연합회(UMFCCI), (사)한미얀연구회(KOMYRA)가 함께 주최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한다. 미얀마 현지 중소기업 약 50개를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4주간 총 8회에 걸쳐 제공된다.

참가자들은 미얀마 중소기업 근로자의 금융역량 강화를 위한 외환관리, 기업금융, 국제회계(IFRS), 리스크관리, 신용평가, 투자금융, 중소기업금융, 국제금융, 핀테크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교육 과정을 통해 금융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 직원이 환율, 신용평가 등 은행실무를 교육해 현장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7월 미얀마에 친환경 쿡스토브 1만2000대를 지원하는 등 은행권 최초로 쿡스토브 보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출에 나섰다. 친환경 쿡스토브는 일반 화로 대비 연료비용 66%, 조리시간 50%를 감축할 수 있는 저탄소 고효율 취사도구로, 전기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나무땔감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에게 보급하면 탄소배출량과 나무땔감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은행은 쿡스토브 보급을 통해 UN에서 발급받은 탄소배출권을 국내 중소기업에게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다시 쿡스토브를 추가로 지원해 선순환 구조의 사회공헌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현재 미얀마에서 사무소 형태로만 운영 중이기 때문에 양곤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중 유일하게 양곤에서 지점을 운영 중이다.

◇ 경제사절단 불참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중국·호주 별도 출장으로 현지 영업망 확대 박차

이번에 대통령 경제사절단 일정에는 불참하게 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별도로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글로벌 사업 진출 추진국가의 영업여건을 직접 확인하고, 진출을 추진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달 19~23일 일정으로 중국 및 호주로 현지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북경을 방문한 이 행장은 북경 은보감국 고위급 관계자들을 만나 북경사무소의 지점 전환에 대한 현지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인했다. 북경사무소는 연내 지점전환을 위한 인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오는 2021년 하반기 핵심 거점 시장인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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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NH농협은행

호주 시드니에서는 감독당국, 무역투자부, 주정부 등 주요기관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현지 금융시장 현황 파악 및 진출의사를 표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호주는 선진화된 금융시스템과 안정적인 국가 환경 등 진출매력도가 높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NH농협은행은 향후 호주의 풍부한 인프라 딜 참여와 기업대상 금융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기업금융(IB)사업 중심의 지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소매금융과 달리 IB사업은 해외에 진출 시 인력과 초기투자 비용이 적어 후발주자인 농협은행에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호주 지점설립 시 향후 홍콩지점 등의 IB거점과 더불어 국내외 시너지효과 창출이 가능하여 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된 농협은행 글로벌 IB사업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 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은행장이 직접 나서 북경, 시드니를 방문해 현지 진출여건 및 이슈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감독기관 면담을 통해 적극적인 글로벌사업 확대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농협은행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 더욱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은 호주와 같은 유망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오는 2025년까지 10개국 11개 이상의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중장기사업추진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yook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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