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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사실상 ‘갑과 을’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의료진과 제약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던 한국얀센이 관련 학회로부터 퇴출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얀센은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 ‘제13회 대한류마티스학회 국제심포지엄 2019’ 스폰서 명단에서 제외됐다.
제약업계에서 스폰서 명단 제외는 의미가 적잖다. 국제심포지엄 등 대규모 행사는 중요한 학회 활동 중 하나다. 또 국제 규모 행사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의료진도 다수 참여한다. 제약사로선 제품 마케팅 차원에서 최적의 기회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학회 행사에는 관련 제품을 갖고 있는 제약사 대다수가 스폰서로 참여한다.
한국얀센도 ‘레미케이드’와 ‘심퍼니’ 등을 앞세워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장 영업을 시작했으며, 수년간 학회 행사 ‘메인스폰서’로서 자리매김해왔다. 레미케이드는 국내에서 잘 알려진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 오리지널 제품이기도 하다.
더욱이 스폰서 명단이 제외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한국얀센은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류마티스학회 관련 행사 전반에 걸쳐 스폰서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학회와 얀센이 서로 등지게 된 이유는 얀센의 영업행태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얀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정형외과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판매 영업을 전개했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류마티스질환 시장에서 얀센은 수년간 치료제를 팔았던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였지만, 언제부턴가 정형외과에서 영업한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스폰서였지만, 지난해부터는 그러한 변칙 영업행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스폰서 명단에서도 빠졌다”고 전했다.
류마티스관절염과 강직성척추염 등은 언뜻 관절 질환 중 하나로 생각되지만, 자가면역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내과’ 질환이다. 이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를 통해 정밀한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관절 통증에 정형외과부터 찾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 때문에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류마티스질환은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의사가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해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릴리·애브비·화이자·노바티스·유한양행·LG화학·JW중외제약·셀트리온 등 류마티스질환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 영업과 마케팅은 류마티스내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얀센의 정형외과 영업은 학회 입장을 온전히 무시한 셈이다.
더욱이 얀센은 기존 류마티스내과에 정형외과까지 영업영역을 넓힌 것이 아닌, 정형외과로 영업조직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지난해 6월 류마티스내과와 정형외과 부문 영업조직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제니 정 한국얀센 사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도 나온다. 제니 정 사장은 2017년 12월에 취임했다. 이 관계자는 “김옥연 사장이 있을 때와 상황이 너무 다르다”며 “정형외과를 통한 매출성과를 확인한 후에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사실상 정형외과 영업이 류마티스내과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것을 사전에 짐작해 아예 부서마저 철수한 것일 수도 있다”며 “이제 류마티스학회와 얀센은 완전히 갈라섰다”고 귀뜸했다.
이정수기자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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