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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거세게 몰아칠 것 같던 태풍(泰風)을 한류(韓流)가 막아섰다.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총상금 160만달러)에서 첫 날 부터 태극낭자들이 맹위를 떨쳤다.
‘맏언니’이자 이번시즌 LPGA 개막전 우승자인 지은희(33)가 선봉에 섰다. 이날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6576야드)에서 버디 10개와 보기 1개 등 9언더파 63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시즌 골프&스포츠클럽(파71·6645야드)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조트 토너먼트 오프 챔피언스(총상금 13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LPGA투어 한국인 최고령 우승(32세 8개월 7일) 기록을 갈아 치운(종전 32세 7개월 18일, 박세리) 지은희는 한 달 여 만에 나선 혼다 타일랜드에서도 첫 날부터 물오른 샷 감각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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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전은 ‘골프는 거리보다 방향성’이라는 오래된 격언을 증명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241야드(약 220m)로 지난해 LPGA 투어 평균 비거리 253야드(약 231m)보다도 짧았다. 하지만 14번의 드라이브 티 샷을 모두 페어웨이에 떨어뜨려 적중률 100%를 기록했다. 고온 다습한 태국 기후를 고려하면 페어웨이를 지키느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하다. 페어웨이를 잘 지킨 덕분에 그린 적중률 88.89%(16/18)를 기록했다. 세컨샷 정확도도 매우 높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날 퍼팅을 단 25차례 밖에 하지 않았다. 홀당 1.39개 꼴로 어지간한 홀은 원 퍼트로 마무리했다는 의미다. 이번 시즌 LPGA 평균타수 1위(67.5타)를 질주 중인 지은희는 “스윙 교정과 퍼트 자세 변경이 타수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원하는 샷을 할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커졌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79야드(약 255m)를 보내고도 페어웨이적중률 64.3%에 그치는 등 들쑥날쑥한 샷으로 4언더파 68타 공동 10위에 머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쭈타누깐도 퍼팅 수는 25개로 나쁘지 않았지만 티샷이 흔들려 거센 태풍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세계랭킹 2위 박성현도 드라이버 비거리 272야드(약 247.8m)로 지은희보다 28m 가량 멀리 보냈지만 페어웨이 적증률 71.4%(10/14), 그린 적중률 72.2%(13/18) 등 지표성적에서 맏언니에 미치지 못했다. 박성현은 전인지 등과 함께 3언더파 69타로 공동 16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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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으로 무장한 지은희는 1번홀(파5)을 버디로 시작한 뒤 3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5번홀(파4)부터 신들린 버디 행진을 이어갔다. 전반에만 4타를 줄인 뒤 후반 9개 홀에서 5개의 버디를 낚았다. 그는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래도 우승을 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대회에 임하려고 노력 중이다. 매 샷 최선을 다하는 게 부담감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며 시즌 2승 사냥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은희와 같은 한화큐셀 소속인 신지은(제니 신)도 7언더파 65타로 재미교포 강 다니엘과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호주 교포 이민지는 15번 홀(파4)에서 그림같은 슬램덩크 샷 이글을 꽂아 넣으며 신지은, 강 다니엘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약 60야드 가량 남은 거리에서 날린 어프로치 샷이 깃대와 홀컵 사이에 정확히 꽂혀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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