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걸어가면서도 손가락 스트레칭?[포토]
오승환이 30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도 전인데 벌써 시즌 이후에 대한 얘기로 뜨겁다. 지난해 연말 귀국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한 ‘끝판왕’ 오승환(37·콜로라도)의 거취 때문이다.

오승환은 지난달 29일 출국 인터뷰에서 “시즌 후 거취는 자의로 선택할 수 없는 문제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해외진출을 선언할 때도, 모두가 꿈꾸는 빅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다 돌연 복귀하고 싶다고 선언할 때도 그의 주무기인 돌직구처럼 거침 없었다. 이런저런 설명도 없었다.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취재차 그의 에이전트사 사무실에 방문했다가 출국을 하루 앞두고 개인훈련을 마친 뒤 짐정리를 위해 잠시 들른 오승환을 우연히 마주쳤다. 만난 김에 돌직구 한 번 던져봤다.

돌연 KBO리그 복귀를 선언한 이유로 “해외 생활을 통해 느낀 게 많았다. 후배들과 공유해 한국야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그러려면 힘이 있을 때 복귀해 실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이런저런 복합적인 생각에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그는 마운드 위에서 늘 무표정하다. 경기가 뜻하지 않게 풀리면 귀가 빨개져 화난 것을 알 수 있지만 좀처럼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별칭도 ‘돌부처’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 성격이라 ‘KBO리그의 시스템 업그레이드’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

오승환
삼성 시절인 2013년 10월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해 승리를 지켜 세이브를 올린 뒤 포수 진갑용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오승환.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5년간 해외생활이 오승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려면 처음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로 이야기를 돌려야했다. 삼성에서 9시즌을 뛰며 444경기 501.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8승 13패 277세이브 방어율 1.69로 리그를 평정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해외진출을 선언했고 메이저리그와 조율하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했다. 우선 그 배경이 궁금했다.

KBO리그에 남았다면 당시 시장상황을 고려해도 역대 최고액 경신이 유력했다. 안정을 포기하고 해외무대를 선택한 이유로 ‘돈’을 첫 손에 꼽았다. 오승환은 “프로 선수는 연봉이 평가 기준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게 당연하다. 꿈을 위해 한국에서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라면 ‘도전’이 맞다. 나는 처음부터 당당하게 대우받고 그에 걸맞는 실력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역시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오승환은 일본과 미국 모두 한국보다는 수준 높은 리그로 평가받지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2년간 9억엔(2013년 기준으로 약 95억원) 규모이니 한국에서 벌어들일 4년 100억원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연봉을 받기는 했다. 이 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할 때 2년 최대 1100만달러(약 122억원)를 받았으니 이왕이면 더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는 철학에 부합한 행보다.

zzang@sportsseoul.com

<中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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