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생가에서 백두산·압록강·두만강까지… 악천후 속에서도 이어진 3박 4일 ‘평화통일 염원 백두산 탐방’

[스포츠서울 | 글·사진 이상배 전문기자] 서울 서대문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회장 이동준, 이하 민주평통)가 역사와 현장을 직접 찾아 평화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서대문구 민주평통은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3박 4일간 중국 길림성 일대에서 자문위원 역량강화 ‘평화통일 염원 백두산 탐방’을 진행했다.

이번 탐방은 ‘역사와 현장에서 키우는 통일역량’​을 주제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민족의 역사와 항일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장을 찾아 역사를 되짚고, 백두산과 압록강·두만강 일대에서 분단의 현실을 직접 마주하며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초 백두산 남·북파를 통해 천지를 직접 바라볼 계획이었으나, 현지에 내린 강설과 도로 결빙 등 악천후로 정상 등정이 어려워졌다. 탐방단은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해 일정을 조정했고, 윤동주 생가를 비롯해 백두산 남파 압록강 상류, 북파 장백폭포와 온천지대, 도문 두만강 상류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예정했던 길은 달라졌지만, 그 길에서 마주한 역사와 자연, 그리고 분단의 현실은 오히려 탐방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 윤동주의 생가에서 시작된 역사와 민족의식

탐방의 첫걸음은 용정에 자리한 윤동주 생가에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며 시를 통해 민족의 아픔과 인간의 양심,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남긴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돌아보며 참가자들은 이번 탐방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역사를 기억하는 여정’임을 되새겼다.

특히 ‘서시’로 대표되는 윤동주의 시 세계를 통해 한 개인의 삶을 넘어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속에서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동주의 생가에서 시작된 여정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았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오늘의 평화와 미래의 통일을 생각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다시 확인했다.

역사를 아는 것이 통일역량의 시작이라면,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는 것은 그 의미를 가슴으로 느끼는 과정이었다.

△ 백두산 남파에서 바라본 압록강, 그리고 북녘

둘째 날에는 백두산 남파 지역을 찾았다.

강설과 결빙으로 천지 정상 등정은 어려웠지만, 탐방단은 백두산 중턱의 악화쌍폭포와 압록강 상류 대협곡 등을 둘러보며 백두산의 장엄한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원시림 사이로 이어지는 폭포와 대협곡, 백두산에서 시작된 물길이 압록강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백두산이 우리 민족에게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압록강 상류에서 강 건너 북녘의 산하를 바라본 순간은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물은 자연스럽게 흐르고 산줄기는 서로 이어져 있었지만, 그사이에 놓인 국경은 사람의 발길을 오랫동안 갈라놓고 있었다.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에서 보던 분단의 현실을 직접 바라보면서 참가자들은 평화와 통일이 결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람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 장백폭포에서 만난 천지의 물

셋째 날에는 백두산 북파를 찾았다.

이날 역시 기상 상황으로 천지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장백폭포와 온천지대를 탐방하며 백두산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했다.

장백폭포에서는 천지에서 흘러내린 물을 바라보며 천지를 눈앞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어 온천지대에서는 뜨거운 온천수에 손을 담그며 백두산의 생생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꼈다.

천지를 직접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천지에서 흘러내린 물을 직접 봤다는 사실은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한 참가자는 “천지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흘러내린 물을 보는 순간, 오히려 백두산을 더 가까이 느낀 것 같다”라며 “온천수보다 더 뜨거운 감동이 마음에 남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물길이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따라가며 참가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자연은 경계를 모르고 흐르는데, 사람의 길은 왜 아직도 나뉘어 있는가?”

△ 두만강에서 마주한 가까운 북녘

백두산 북파 탐방을 마친 뒤에는 도문으로 이동해 두만강 상류를 찾았다.

탐방단은 배를 타고 강 건너 북녘의 산하를 가까이에서 바라봤다. 눈앞에 펼쳐진 북한의 산과 마을은 생각보다 가까웠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땅이었다.

가까이 있지만 갈 수 없고, 바라볼 수 있지만 만날 수 없는 현실은 참가자들에게 분단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했다.

두만강을 바라보며 참가자들은 언젠가는 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가족과 이웃이 만나며 서로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눴다.

현장에서 마주한 이러한 경험은 자문위원들에게 평화통일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는 계기가 됐다.

△ 악천후로 달라진 길, 더욱 깊어진 평화통일의 의미

이번 탐방은 당초 계획했던 백두산 천지 정상 등정이 악천후로 무산되면서 예상과 다른 여정이 됐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은 길은 오히려 탐방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윤동주의 생가에서는 역사를 만났고, 백두산 남파에서는 압록강과 북녘의 현실을 바라봤다. 북파에서는 천지에서 흘러내린 물과 백두산의 자연을 만났으며, 도문에서는 두만강 너머 지척에 놓인 북녘을 마주했다.

그 모든 현장은 서로 다른 모습이었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분단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며,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번 탐방은 바로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자문위원들에게 통일은 단순히 미래의 어느 날 이루어질 목표가 아니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재의 분단 현실을 직시하며 평화와 교류의 가치를 일상에서 고민하는 오늘의 과제라는 점을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 역사에서 현장으로, 현장에서 평화통일로

‘역사와 현장에서 키우는 통일역량’이라는 이번 탐방의 주제는 윤동주의 생가에서 백두산을 거쳐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역사를 통해 민족의 아픔과 분단의 배경을 돌아보고, 현장에서 북녘의 모습을 직접 바라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체감했다.

특히 백두산에서 시작된 물길이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따라가며 참가자들은 자연은 하나로 이어져 있지만 사람의 길은 여전히 나뉘어 있다는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번 탐방은 자문위원들이 역사를 배우고, 현장을 체험하며, 평화통일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통일역량 강화의 장​이었다.

서대문구 민주평통 이동준 회장은 “이번 탐방은 단순한 역사·문화 탐방을 넘어 자문위원들이 민족의 역사와 분단의 현실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평화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며 “앞으로도 역사와 현장을 바탕으로 자문위원들의 통일역량을 높이고 지역사회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악천후로 예정했던 길은 달라졌지만, 참가자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윤동주의 생가에서 시작해 백두산 남파의 압록강 상류와 북파 장백폭포, 도문 두만강 상류로 이어진 여정은 참가자들에게 민족의 역사와 한반도의 현실을 직접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참가자들은 한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에서 통일역량이 시작되고, 현장을 바라보는 것에서 평화통일을 향한 우리의 역할이 구체화된다는 것을”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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