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호주·뉴질랜드·미국·웨스트엔드 거쳐 비영어권 최초 상륙

100분간 무대 떠나지 않는 배우 9명…노래·연기·춤·악기 연주까지

내년 1월 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영국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작은 펍(Pub)이 서울 대학로 한복판에 옮겨왔다.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뒤 호주·뉴질랜드·미국을 거쳐 런던 웨스트엔드까지 진출한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이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콰이어 오브 맨’은 100분 동안 주인공 없이 9명의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독특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배우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맥주잔과 탭댄스마저 음악으로 만든다.

뮤지컬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배우는 객석으로 뛰어내려 관객의 손을 잡고 무대로 이끈다. 공연 전 프리뷰 쇼에서는 술도 함께 마시고 게임도 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관람객을 넘어 ‘더 정글(The Jungle)’이라는 펍을 함께 채우는 구성원으로 만든다.

작품에는 총 19명의 배우가 참여하며, 공연마다 9명의 배우가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펍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관찰자이자 이야기꾼 ‘포엣(POET)’ 역에는 이충주·김진철·임준혁이 출연한다. 가장 감성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인물 ‘로맨틱(ROMANTIC)’은 신은총·손진욱이 맡는다.

‘조커(JOKER)’ 역에는 정찬영·강윤석, ‘마에스트로(MAESTRO)’ 역에는 박찬양·송권웅, ‘하드 맨(HARD MAN)’ 역에는 김도현·김방언, ‘비스트(BEAST)’ 역에는 문시온·주민혁이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바맨(BARMAN)’ 유성재·박두희, ‘핸드맨(HANDMAN)’ 권오환·이성훈, ‘보어(BORE)’ 강리운·이연승이 무대를 책임진다.

◇ 스토리보다 감각에 집중…세포가 눈 뜨는 기분

‘콰이어 오브 맨’은 전통적인 뮤지컬처럼 촘촘한 서사를 따라가는 작품이 아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와 음악, 움직임, 관객과의 교감이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지영 국내협력연출과 이충주는 1일 서울 종로구 NOL(놀)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에서 진행된 ‘콰이어 오브 맨’ 프레스콜에서 뚜렷한 스토리 없이 배우와 관객이 함께 스코리를 연결하는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을 직접 설명했다.

이지영 국내협력연출은 먼저 ‘콰이어 오브 맨’이 전형적인 뮤지컬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만난다고 밝혔다. 그는 “‘포엣’이 몇 번의 스피치로 연결하고 서사로 이어가는 방식은 아니다. ‘포엣’이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을 바라보면서 본인이 느끼는 사회에 바라는 점을 스피치로 연결한다. 그런데 스피치와 노래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작품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에 대해 “오히려 이야기하러 나온 게 아니라 함께 느끼려고 나온 것에 가깝다”라며 “‘우리가 살아 있다’라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나 캐릭터의 인과관계보다는 감각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억지로 스토리를 주입하는 짜인 구성이 아니라는 것. 이 지점에서 ‘콰이어 오브 맨’만의 독특한 몰입감이 만들어진다. 관객은 특정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과 목소리, 음악을 함께 경험한다. 마치 실제 펍에 들어와 그곳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감각이다.

이지영 국내협력연출은 “오리지널에서도 스토리가 없는데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할 수 있다. 내 세포가 눈을 뜨고 있는 기분이다. 이게 무엇인지 이야기로 끌고 가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라며 “배우들에게 몰입하다 보면 내가 마치 저들과 같은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점이 ‘콰이어 오브 맨’만이 가진 독특함”이라고 덧붙였다.

◇ 공연 전부터 관객과 술·게임…공연 중엔 객석서 무대 확장

‘콰이어 오브 맨’에는 전형적인 의미의 주인공이 없다. 9명의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공동체를 만든다. 이들이 함께 노래하고 움직이는 순간,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무대 위 이충주 역시 ‘콰이어 오브 맨’을 통해 새로운 공연 경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뮤지컬 ‘원스’ ‘브로드웨이 42번가’ ‘그레이트 코멧’ 등 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느낀 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며 “주인공 없이 모두가 합창하고 함께 움직인다. 볼거리가 어마어마하다”라고 말했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허무는 형식은 이충주에게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그는 “관객도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울 것”이라며 “관객과 무대 사이에 벽이 없는 공연이다. 편한 마음으로 펍에 놀러 왔다가 9명의 배우에게 위로받고 가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소개했다.

100분 동안 무대를 떠나지 않는 배우들에게도 절대 쉽지 않은 공연이다. 노래와 연기는 물론 악기 연주, 춤과 탭댄스까지 직접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충주는 “살면서 경험한 연습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시간이었다”며 “배우들이 땀 흘린 것을 관객들이 받아 가면서 가져갈 것이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콰이어 오브 맨’의 가장 큰 특징은 결국 관객까지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배우가 관객에게 다가가고, 관객이 배우와 함께 노래하고 움직이는 순간 공연은 매회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다. 같은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날 객석에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경험은 달라진다. 그래서 특별한 스토리 없이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펍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웃고, 노래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 자체가 작품의 서사가 된다.

영국의 펍에서 시작해 세계 무대로 확장된 ‘콰이어 오브 맨’은 내년 1월 3일까지 NOL(놀)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