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서 부친이 열창한 ‘라밤바’ 바이럴 양산
호명과 박수뿐이던 KBO드래프트 변화필수
‘천만관중+천억원대 중계권료=복합콘텐츠’
구단들 재투자 필수, 팬덤 잡아야 ‘지속가능’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라밤바를 추려면 약간의 흥이 필요해. 위로! 더 위로!”
2027 KBO 신인 드래프트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롯데가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한 박근서의 부친 박자식 씨다. 경쾌한 라틴리듬을 최대한(?) 살려 아들의 취업 성공을 목청껏 노래했다. 소셜미디어는 지명자 명단 대신 아버지의 열창으로 도배됐다. 드래프트 역사에 남을 ‘장외 1순위’다.

웃고 넘길 장면은 아니다. 팬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정확히 보여줬다. 팬은 지명 순번에 열광하지 않았다. 한 아이를 프로선수로 키워낸 가족의 시간, 그 시간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순간에 열광했다.
KBO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십여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3연속시즌 천만관중을 돌파했다. 10·20대 여성 팬이 관중석을 채우고, 바이럴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보는 종목’에서 ‘함께 즐기는 문화’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그런데 드래프트는 여전히 ‘구단이 지명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머물러 있다. 호명, 박수, 유니폼, 기념촬영. 순서는 있는데 이야기가 없다. 방금 이름이 불린 선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어떤 스윙을 하는지 드래프트 중계만 봐서는 알 길이 없다.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고교·대학 시절 15초짜리 플레이 영상 하나, 프로 스카우트의 ‘한줄평’ 하나면 된다. 여기에 ‘라밤바’가 알려준 걸 하나 더 얹으면 된다. 선수 곁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팀에 오는 친구가 이렇게 생겼구나, 이렇게 컸구나, 이런 평가를 받는구나.’ 팬이 이걸 알게 되는 순간 팬덤은 이미 시작된다.

주인공이 1라운더만일 필요도 없다. 10대1 경쟁률을 뚫었다는 점에서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상위 지명자와 11라운드 마지막 순번으로 취업전선을 통과한 선수는 다르지 않다. 박수는 오히려 뒤로 갈수록 커져야 한다.
돈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KBO리그 중계권료는 연 1000억원대다. KBO가 계약하고, 수익은 10개구단이 N분의 1로 나눠 갖는다. 고교야구 중계는 꽤 활발해졌고, 대학은 자체 중계로 빈틈을 메운다.
영상 저작권료까지 따져도 구단당 1~2억원이면 충분하다. 받은 중계권료의 일부를 ‘미래의 팬’에게 돌려주자는 얘기다. 프리에이전트(FA) 한 명에게 수십억원을 쓰는 구단이 신인 소개 영상 몇 편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타이밍도 좋다. 드래프트는 시즌 막바지에 열린다. 가을야구가 멀어진 팀의 팬에게 ‘내년엔 저 친구가 구멍을 메워주겠지’라는 기대만 한 진통제는 없다. 신인의 첫걸음부터 지켜본 팬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천만관중을 떠받치는 기둥이 바로 팬덤이다.
선은 지켜야 한다. 지명 대상 상당수는 고교생이다. 탈락자를 들러리 세우는 오디션 예능을 흉내 내자는 게 아니다. 프로의 문을 연 선수들의 출발을 제대로 축하하자는 거다. 미국 NFL 드래프트는 해마다 개최 도시를 옮겨 다니며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축제가 됐다. 이름을 부르는 행사가 관광상품이 된 셈이다.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는 말은 천만관중 시대와 맞지 않는다. 팀 성적 하나만 바라보는 시대도 지났다. 판은 KBO가 깔고, 지갑은 10개구단이 열면 된다. 흥은 한 아버지가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이제 위로, 더 위로 올라갈 차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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