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비르투오소…8년 역사에 화려한 마침표
연주부터 연기까지 직접 완성…통산 100회 최다 무대 기록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뮤지컬 배우 KoN(콘)이 8년에 걸친 뮤지컬 ‘파가니니’의 역사를 자신의 무대로 완성했다. 2018년 트라이아웃부터 지방 공연, 초연과 재연을 거쳐 이번 삼연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한 KoN은 이번 시즌 기간 통산 100회 무대를 맞이하며 작품의 상징적인 존재로 다시 한번 이름을 남겼다.
KoN은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타이틀롤 ‘니콜로 파가니니’ 역을 맡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치열한 삶과 음악을 무대 위에 펼쳐냈다.
삼연으로 펼쳐진 이번 시즌에서도 KoN은 실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압도적인 연주력에 노래와 연기를 더해 ‘파가니니’의 중심을 단단하게 지켰다. 고난도의 바이올린 연주를 직접 소화하면서도 파가니니가 지닌 천재성과 광기, 고독과 인간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국내 대표 액터뮤지션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극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하는 바이올린 연주와 노래, 감정 연기를 쉼 없이 이어가는 KoN의 무대는 작품의 비극적인 정서와 파가니니의 예술혼을 극대화했다. 단순히 역사 속 천재 음악가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삶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KoN만의 파가니니’를 완성했다.

◇ 트라이아웃부터 지방 공연·초연·재연·삼연까지 ‘무게감’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KoN의 기록을 다시 한번 증명한 시즌이었다. 2018년 트라이아웃부터 작품과 함께한 KoN은 이후 지방 공연을 비롯해 초연과 재연, 삼연에 이르기까지 ‘파가니니’의 주요 무대를 꾸준히 책임졌다.
2019년 초연에서는 50회 공연을 원캐스트로 소화하며 ‘파가니니의 현신’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재연에서도 출연 배우 중 최다 회차를 기록했다. 이번 삼연에서는 총 84회 공연 가운데 49회, 약 60%에 출연하며 역시 전체 출연 배우 중 가장 많은 무대를 소화했다. 여기에 삼연을 통해 통산 100회차 무대까지 맞이하며 작품과 배우가 함께 써 내려온 특별한 기록을 완성했다.
‘파가니니’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작품을 꾸준히 지켜온 배우라는 점에서 이번 100회는 더욱 특별하다. 단순한 출연 횟수를 넘어 작품의 변화와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매 시즌 새로운 파가니니를 만들어온 KoN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숫자이기 때문이다.

◇ 삼연 총 84회 중 49회 출연…“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
마지막 공연 주간인 8월 29일과 30일에는 총 네 차례에 걸쳐 특별 무대인사가 진행됐다. 주·조연 배우는 물론 작품을 함께 완성한 앙상블 배우들까지 모두 한 차례씩 무대에 올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배우들은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와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부 배우들은 소감을 밝히던 중 눈물을 보여 객석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29일 낮 공연은 작품의 시작을 함께했던 KoN, 김경수, 이준혁과 ‘아킬레’ 역으로 특별 출연한 박규원이 함께하는 마지막 페어 공연으로 의미를 더했다.
이번 시즌 단 세 차례 무대에 오른 박규원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던 이날, 네 배우는 8년 전 작품의 시작을 함께했던 당시의 호흡을 다시 선보이며 오랜 시간 ‘파가니니’를 지켜본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30일 저녁 총 마지막 공연 무대인사는 KoN이 직접 진행했다. KoN은 지난 4월 연습을 시작한 순간부터 개막을 거쳐 마지막 공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동료 배우와 제작진, 스태프, 밴드, 공연장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
KoN은 8년 만에 초연 멤버들과 다시 호흡을 맞춘 순간을 떠올리며 스포츠서울을 통해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어른이 되지만, 이번 시즌 단 세 번의 공연만큼은 정말 8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감회가 새로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나간 시간이 그립고 소중한 만큼 오늘 이 순간도 훗날 얼마나 소중할지를 생각하며, 이 순간을 몸으로 새기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이번 ‘파가니니’ 삼연은 오늘로 막을 내리지만, 관객 여러분께서 간절히 바라고 원해주신다면 언젠가 사연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품의 넘버 ‘음악으로 피어나’와 스페셜 커튼콜에서 선보인 파가니니의 솔로 넘버 ‘나의 음악’의 가사를 함께 빗댄 인사도 깊은 울림을 전했다.
KoN은 “파가니니는 막공을 마치고 잠시 씨앗으로 돌아가지만, 언젠가 다시 음악으로 찬란히 피어나 영원히 피어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 총 막공서 故 아버지 떠올리며 울컥…“행복한 기억 함께 공유”
KoN은 마지막 조명이 꺼지기 직전,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렸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이번 시즌에는 더욱 인간적인 파가니니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아버지께서 분명히 아들을 자랑스러워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아버지를 기억했다.
이어 “막공을 시작하기 전 아쉬움이나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쏟아내고 웃으며 삼연을 보내주자고 결심했다”며 “마지막 공연까지 올 수 있었던 모든 원동력은 관객 여러분의 사랑”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살면서 가장 값진 재산은 행복한 기억이라고 한다. 그 행복한 기억이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순간은 그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라고 한다”며 “여러분께서 ‘파가니니’ 삼연을 많이 사랑해주셨기에 저희의 행복한 기억과 관객 여러분의 행복한 기억이 함께 공유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무대인사는 KoN을 비롯한 모든 배우와 관객이 함께 “단 하나의 비르투오소”를 외치며 마무리됐다. 2018년 트라이아웃에서 시작해 지방 공연과 초연, 재연, 삼연까지 ‘파가니니’의 모든 시간을 함께한 KoN은 통산 100회 무대라는 기록과 함께 또 하나의 빛나는 페이지를 남겼다.
특히 바이올린 연주와 노래, 연기를 모두 직접 소화하며 매 시즌 작품의 중심을 지켜온 KoN은 이번에도 대체 불가능한 연주와 열연으로 ‘파가니니’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이어갔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작품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 만큼, KoN의 ‘파가니니’는 이제 작품의 한 배역을 넘어 뮤지컬 ‘파가니니’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남게 됐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1840년 파가니니가 숨을 거둔 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교회 공동묘지 매장을 거부당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의 음악과 삶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천재 음악가의 화려한 연주와 그 이면에 자리한 고독, 예술을 향한 열망을 드라마틱한 음악과 라이브 연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난 8월 30일 삼연의 막을 내렸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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