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플레이 2벌타 논란에 ‘조롱성 밈’까지 등장
KLPGA 경기위원회 “영상 통해 명확히 드러나”
실제 규칙은 ‘영상보다 육안, 합리적 판단 우선’
투어 규모 확장 고려, 마타도어식 제보 차단해야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경기위원회가 신다인(25·요진건설)이 잘못된 장소(誤所)에서 플레이 했다며 2벌타를 부과한 결정의 후폭풍이 거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벌써 밈(meme)까지 등장해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KLPGA 투어와 경기위원회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신뢰가 흔들릴 지경이다. 모두가 그린에서 리플레이스하는 지점을 도끼눈을 뜨고 바라본다.
상황은 이렇다. 신다인은 6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최종라운드 1번홀에서 오소플레이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처음 마크한 곳과 리플레이스한 ‘지점’이 달랐다는 게 이유다.


홀까지 20m 이상 남겨두고 마크를 한 뒤 그린을 살피러 떠났는데, 볼을 집어든 캐디가 닦은 뒤 원위치인 마크 앞(홀쪽)이 아닌 뒤(프린지쪽)에 내려뒀다. 돌아온 신다인이 볼을 집어들고 원위치로 추정되는 지점(홀쪽)으로 볼을 옮긴 뒤 마크를 집어들고 플레이를 재개했다.
KLPGA 측은 “갤러리 제보로 리플레이스한 지점이 원래 위치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경기위원이 중계차에 가서 원테이크로 촬영한 영상을 반복해 돌려보고, 확대하는 등 정밀하게 들여다봤더니 이동한 게 명확히 보였다”고 설명했다. 처음 볼이 멈춘 지점과 리플레이스한 지점을 캡처해 겹쳤더니 약간 이동한 게 확인됐다.
골프공 지름은 통상 4.27㎝로 알려졌다. 원구와 리플레이스 이후 볼 위치는 지름의 절반이 채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 절반이더라도 2.135㎝다. 수차례 화면을 돌려보고, 확대하고, 겹쳐보기까지 해야 알 수 있을 만큼 이동한 셈이다.

KLPGA 측은 “규정에 ‘리플레이스는 반드시 원래 지점에 놓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규정 위반”이라며 “재정할 때는 목격자나 증언, 중계화면 등 합리적 근거로 판단할 모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된 점도 2벌타를 부과하는 근거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위원회 설명은 그 자체로는 오류가 없다. 실제로 ‘볼에 관한 절차’를 다룬 골프규칙 14조에는 “집어 올리거나 움직인 볼을 리플레이스할 경우, 반드시 집어 올리거나 움직인 볼을 원래의 지점에 놓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누구도 볼 위치가 달라진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규칙 20조 2(c)항에 ‘비디오 증거를 사용하는 경우’를 따로 명시해뒀다. 해당 조항에는 ‘위원회가 재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사실상의 문제를 판단하는 경우, 비디오 증거 용도는 ’육안‘기준으로 한정한다’고 적었다.
물론 ‘플레이어가 자신의 규칙 위반 사실을 인지한 경우는 규칙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지만 비디오 상에 나타난 사실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규칙 위반이더라도 증거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있다.
육안으로 볼을 다른 지점에 두었는지 알아보기 어려워 반복 재생, 확대, 교차편집 등의 방법으로 겨우 확인했다면, 규칙에 따라 ‘증거로 고려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골프 규칙은 플레이어의 ‘합리적 판단’을 수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1조3b (2)항에는 ‘규칙을 적용해 위치를 결정하는 경우 플레이어의 ‘합리적 판단’ 수용’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위 설명에는 ‘원래의 지점(알고 있는 지점이든 추정한 지점이든) 볼을 리플레이스할 때’에도 플레이어가 규칙에 따라 지점 점 선 경계 구역 등 위치를 결정할 것을 규칙이 요구한다고 적혀있다.
규칙에는 ‘위치에 대한 결정은 신속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플레이어가 주어진 상황에서 정확하게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한, 이 스트로크 이후 비디오 증거나 그 밖의 정보에 의해 이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플레이어의 합리적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고 나와있다.
중계화면으로 볼 위치 변화만 볼 게 아니라 마크 전후 신다인의 행동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고의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경기위원회는 “고의든 실수든 규칙을 위반한 건 명백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규칙 20.2d ‘잘못된 재정과 행정적인 착오’ 항목에는 ‘레프리나 위원회 재정이 추후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면, 규칙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가능할 경우에 재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재정을 바로잡기에 너무 늦은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나와있다. 논란이 커지기 전에 해당 이슈를 다각도로 검증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는 의미다. 재정을 번복하는 일이 절대 하지 말아야할 행위가 아니라는 점은 규칙에도 명시돼 있다.
이번 논란은 ‘신다인의 볼이 몇 ㎝ 움직였는가?’가 핵심이 아니다. 플레이 하나를 두고도 여러 규칙을 교차검증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운 사건이다.

동시에 플레이에 관한 재정이 ‘합리적인가를 판단할 기준’을 세울 때가 됐다는 점을 상기한 사건이기도 하다. 1타로 상금규모나 시드 당락 여부가 결정되는 KLPGA투어 규모를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다른 여러 상황에도 제보를 빙자한 재정 요청이 이어질 게 자명하다.
최종라운드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는 선수 관계자와 갤러리 모두가 원구와 리플레이스 지점 간 차이를 살피느라 동분서주하면, 투어의 본질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마타도어식 제보가 난무하면 투어와 위원회, 선수들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계속 하락하는 골프 인기를 고려하면, 허투루 넘길 사안이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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