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빅리그 제안을 뒤로하고 택한 ‘성장형 로드맵’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뉴욕 양키스가 내민 3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마다하고 KBO리그 신인드래프트를 정조준한 고교 특급이 등장했다. 부산고의 투타 겸업 유망주 하현승의 선택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기이자 대표팀 동료들인 엄준상과 남현우가 각각 메이저리그 구단과 손을 잡고 미국 직행을 선택한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국내 무대에서의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어린 나이에 거액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KBO리그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빅리그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그의 판단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영리하다. 마이너리그의 지난한 육성 시스템에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프로 1군 무대에서의 실전 검증을 통해 더 큰 대우를 받겠다는 단계적 로드맵을 일찌감치 정립한 것이다.

시속 153㎞와 3할8푼대 타율, 완성형으로 진화하는 ‘한국형 이도류’

하현승이 이토록 당당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배경에는 눈부신 기량의 급성장이 자리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속 150㎞의 벽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체계적인 체중 증량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치며 이제는 가볍게 던져도 시속 150㎞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구속을 확보했다. 최고 시속 153㎞의 묵직한 패스트볼은 이미 프로 타자들과의 승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운드에서의 진화에 그치지 않고, 타석에서도 타율을 3할 8푼대로 끌어올리며 타격 재능까지 만개했다. 힘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장타력이 더해진 그는 프로 무대 입단 후 구단과 상의하여 투타 겸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그의 재능은 향후 KBO리그 지형도를 뒤흔들 강력한 무기다.

눈앞의 드래프트보다 8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쏠린 시선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정작 선수의 온 신경은 당장 눈앞에 닥친 국제대회로 향해 있다.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대만에서 열리는 U-18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격한 그는 지난 8년간 정상을 밟지 못했던 대표팀의 갈증을 씻어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중학교 시절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의 긴장감을 넘어, 이제는 대표팀의 중심축으로서 묵직한 책임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드래프트 지명이라는 일생일대의 순간을 앞두고 자칫 들뜰 수 있는 시기임에도 첫 경기인 대만전을 시작으로 연습한 기량을 가감 없이 쏟아내겠다는 집중력은 이 선수의 멘털이 이미 프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1순위’의 스포트라이트 너머, 롱런을 응시하는 성숙한 자세

고등학교 진학 후에야 드래프트 순번이라는 제도를 제대로 인지했을 정도로 오직 야구 자체에만 몰입해 왔던 소년은, 이제 스포트라이트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하지만 하현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도취되기보다 데뷔 첫해 부상 없이 몸을 관리하며 롱런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겸손함과 현실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프로 1군의 벽과 정면으로 부딪쳐보겠다는 담담한 자신감은 그가 지닌 잠재력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거액의 빅리그 유혹 대신 스스로 선택한 도전의 길에서, 하현승이라는 대형 루키의 등장은 침체된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다가올 KBO리그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예고하는 반가운 신호탄이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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