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누군가는 100만 인파의 일부였다. 누군가는 거실에서 카메라만 들었다.
5일 서울 한강을 수놓은 세계불꽃축제가 끝난 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SNS에는 ‘직관 명당’ 인증이 잇따랐다.
김지민은 김준호와 사는 이촌동 신혼집에서 전야제 불꽃을 촬영했다. “전야제를 이렇게 본식처럼 한다고?”라고 감탄했다.
최준희의 신혼집도 ‘불꽃 1열’이었다. 지인은 불꽃이 한눈에 들어오는 집을 두고 “주니 홈 명당존”이라고 했다. 최준희 역시 집에서 바라본 불꽃을 공유했다.
황정음도 두 아들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주택 옥상에서 불꽃을 바라보며 “우와 예쁘다”고 감탄했다.

좋은 전망의 집에 살고 그 풍경을 SNS에 올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문제 삼을 이유도 없다.
그런데 같은 날 한강 밖에서 벌어진 풍경과 겹쳐 놓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매년 100만명 안팎이 몰리는 초대형 행사다. 서울시는 올해도 6800명의 안전인력을 투입하고 지하철을 증회하는 등 대규모 인파에 대비했다. 여의나루역은 혼잡 상황에 따라 무정차 통과까지 예고했다.
사람들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걷고 기다리며 인파속에 자리를 잡았다. 반면 같은 시간 한강변 일부 주거지에서는 거실이나 옥상이 그대로 ‘특등석’이 됐다.

한국도시설계학회가 2024년 발표한 ‘서울시 한강변 연접 아파트의 현황 및 특성’ 연구는 한강에 직접 맞닿은 아파트 166곳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 한강 양측 수변 길이의 40% 이상이 아파트 등 주거용으로 개발돼 있다. 한강을 따라 상당한 구간이 주거 중심 공간으로 채워졌다는 의미다.
고층의 아파트가 병풍처럼 강변을 감싸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쟁점은 배치와 밀도다.
강과 평행하게 길게 늘어선 고층 주거동은 앞에서는 최고의 ‘한강뷰’를 만들어내지만, 뒤쪽 도시에서는 같은 건물이 강을 가리는 거대한 커튼이나 마찬가지다.
한 사람에게는 창밖의 풍경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시야를 막는 벽인 셈이다.
그 결과, 도시 미관 측면에서 매우 마이너스인 한강 조망권은 서울 주택시장에선 강력한 가격 플러스 요소가 됐다. 같은 단지에서도 한강이 얼마나 보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영구 한강뷰’라는 표현까지 주거 상품의 프리미엄으로 사용된다.
본래 도시 전체가 공유해야 하는 공동의 자연경관이 특정 주택이 가진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것.

서울시 역시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인식해왔다.
한강변 관리 원칙을 마련하면서 서울시가 직접 사용했던 표현 가운데 하나가 “사유화된 한강 중심 자연경관의 공공성 확보”였다.
한강변에 공공공간을 확보하고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뒤쪽 도시에서도 한강을 향한 조망과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고민이 도시계획에 반영돼 왔다.
물론 한강공원은 열려 있다. 시민은 누구나 강변을 걷고 뛰고 앉아 강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강에 갈 수 있는가’와 ‘도시에서 강을 볼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공공의 접근권은 확보돼 있지만, 가장 좋은 조망은 한강변 주택의 사적 프리미엄으로 바뀌어 있다.
불꽃축제는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그 차이를 단 몇시간 동안 극적으로 보여줬다.
한강은 서울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거대한 자연경관이다. 그런데 그 강을 가장 가까이, 가장 오래, 가장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가치는 수십억원짜리 주택의 가격표 속으로 들어가 있다.
앞으로도 한강변 재건축과 초고층 개발이 이어질 것이다. 강변 고가 아파트의 가치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 가치가 높아질수록 한강이라는 공공 경관을 도시 전체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커져야 한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