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지스타 10년 연속 개근
中·日 몰려오는데 국내 대형사는 ‘고민’
K게임 키운 지스타, 희미해진 존재감
“팬 사랑에 보답”…안방 지키는 크래프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6’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크래프톤이 또 하나의 게임쇼 참가를 확정했다. 이번엔 ‘안방’이다. 오는 11월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6’이다.
크래프톤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지스타에 참가한다. 매년 주요 타이틀과 신작을 들고 국내 이용자와 만났고, 올해도 벡스코 제1전시장 BTC관에 부스를 꾸린다.
10년 ‘개근’이다. 크래프톤이 국내외 게임쇼에 꾸준히 참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게임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면서도 국내 팬들이 기다리는 지스타를 놓치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올해 지스타의 풍경은 더 씁쓸하다. 현재까지 공개된 참가사 명단에서 넥슨·넷마블·엔씨 등 이른바 ‘3N’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 최종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곳도 있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최대 게임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게임사의 존재감이 예전보다 희미해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반대로 해외 게임사의 발걸음은 부산으로 향한다. 중국에서는 호요버스가 4년 만에 돌아와 100부스 규모의 전시 공간을 준비하고, 넷이즈게임즈·빌리빌리 게임·센추리게임즈 등이 참가한다. 일본에서도 세가와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 등이 이용자를 만난다.
아이러니다. 중국과 일본 게임사들은 한국 이용자를 만나기 위해 지스타로 오는데, 정작 일부 한국 대형 게임사는 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물론 기업마다 사정은 있다. 대형 게임쇼 참가에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이 든다. 공개할 신작의 개발 일정과 마케팅 전략도 따져야 한다. 해외 게임쇼와 자체 행사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다. 기업에 무조건적인 참가를 요구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지스타의 의미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스타는 2005년 출범 이후 국내 게임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K-게임이 지금처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기 전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신작을 알리고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가장 큰 축제였다.
수많은 게임사가 이곳에서 팬을 만났고, 그 관심과 응원 속에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스타가 전부는 아니겠으나, 한국 게임 산업 성장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스타 참가에는 단순한 마케팅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명분’이 있다. 게임사를 성장시켜준 국내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이자, 한국 게임산업의 역사와 명맥을 함께 이어가는 무대라는 의미다.
크래프톤의 10년 연속 참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당장의 매출이나 계약 성과만 따졌다면 10년 개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겠다는 이유가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물론 지스타도 변해야 한다. 국내 게임사가 다시 찾고 싶을 만큼 전시 환경과 비즈니스 가치, 글로벌 영향력을 계속 키워야 한다. 제1전시장의 공간이 한정돼 있고 제2전시장에 대한 기업 선호가 낮다면 조직위원회 역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이름만으로 참가를 당연하게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들 역시 한 번쯤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세계 시장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우리 게임을 여기까지 키워준 국내 팬과 만나는 무대는 누가 지킬 것인가.
중국과 일본 게임사가 부산으로 향하는 지금, 지스타에서 한국 대형 게임사의 존재감이 옅어진 현실은 분명 아쉽다. 아직 참가를 결정할 시간은 남아 있다.
세계로 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로 나아갈수록 자신을 키워준 ‘안방’을 돌아보는 일 역시 중요하다. 지스타의 명분과 명맥을 지키는 일은 조직위원회만의 몫이 아니다. 한국 게임산업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