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격언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이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은 다름 아닌 베테랑의 묵직한 스윙 한 번이었다. 경기 막판까지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순간, 분위기를 단숨에 뒤바꾼 동점 홈런의 주인공은 SSG 랜더스의 베테랑 타자 김재환(38)이다. 비록 가을야구 진출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지만, 후반기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SSG 랜더스의 중심에는 이처럼 든든한 베테랑의 품격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스윙으로 희비를 가른 140m 대형 아치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9회,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재환은 자신이 왜 팀의 중심타자인지를 결과로 증명했다. 5-6으로 뒤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상대 마운드에는 마무리 투수 가나쿠보 유토가 버티고 있었다. 팽팽한 볼카운트 승부 끝에 유토의 7구째 속구를 거침없이 잡아당겼고, 타구는 비거리 140m를 비행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극적인 대형 동점 홈런이 되었다.
단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 흐름은 완벽히 뒤바뀌었다. 기세를 탄 SSG는 7회와 9회 두 차례의 빅이닝을 완성하며 짜릿한 9-6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3득점을 기록한 김재환은 공격의 첨병이자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완벽히 수행해 냈다.
전반기 부진 씻어낸 ‘선택과 집중’의 멘탈리티

사실 김재환의 올 시즌 첫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전반기 74경기에서 타율 0.206이라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뼈아픈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타격감을 0.287(34경기 기준)까지 끌어올리며 보란 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인 폭발적인 장타력에 집중한 멘탈리티가 결국 결정적인 홈런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순위를 넘어선 투혼, SSG 랜더스의 막판 고춧가루
김재환의 맹활약에 힘입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SSG는 승률 0.001 차이로 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KBO리그 순위 8위로 올라섰다. 선두권 진입을 노리기에는 다소 늦은 시점일 수 있다. 그러나 사령탑의 칭찬처럼 ‘베테랑들의 힘’이 뭉쳐 만들어내는 이 끈적한 야구는 남은 KBO리그 순위 판도를 뒤흔들 매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투지는 팬들을 감동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위 경쟁은 아닐지라도, 주어진 타석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강한 스윙’으로 팀을 수렁에서 건져내는 김재환의 역투는 프로야구의 진정한 묘미를 보여준다. 베테랑의 투혼이 이끄는 SSG 랜더스의 뜨거운 피날레가 남은 정규시즌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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