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과 조수석의 차이, 삶의 피로를 결정하는 통제감과 주체성

편집자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초뷰카 시대,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변화 자체보다 삶의 주도권을 잃었다는 감각일지 모릅니다. 윤정구 교수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차이를 통해 웰니스 리더십의 중요한 조건인 ‘일인칭 주체성’을 이야기합니다.

전철은 왜 버스보다 더 피곤할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전철이나 기차를 이용할 때 버스보다 피로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개인적 체질과 선호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일관되게 느껴져 어느 순간 과학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AI는 물리적 진동, 신체의 균형 유지, 조명과 소음 등 지속적인 감각 자극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AI의 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가설로 생각해 여기저기 크로스 체크하며 유효성을 검증했다.

그러다 이런 복잡한 설명을 관통하는 더 근원적인 원리를 떠올렸다. 통제감(Agency)과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에 기반한 뇌신경과학의 설명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결정적 차이

멀미와 신경계 피로는 감각 불일치(Sensory Conflict)와 예측 오류(Prediction Error), 그리고 통제감(Sense of Control)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릴 때 동승자는 심한 멀미를 느껴도 운전자는 상대적으로 멀미를 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는 핸들을 꺾고 가속과 감속을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움직임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

반면 동승자는 궤적을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에 계속 대응해야 하므로 신체적·인지적 부담이 커진다.

버스나 전철 모두 자신이 운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버스에서는 달리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통제감의 측면에서 버스가 고갯길의 조수석이라면 전철이나 기차는 편안해 보이지만 통제력을 더 많이 넘겨준 뒷좌석에 가깝다.

초뷰카 시대의 ‘실존적 멀미’

이 메커니즘을 사회적·실존적 차원으로 확장하면 삶에서 느끼는 피로의 근원이 더 명확해진다.

외부 환경 변화의 진폭이 극심한 초뷰카 시대에 통제력을 타인에게 이양하고 삼인칭으로 사는 방어적 수동성은 삶의 멀미를 키운다.

변화가 극심한 고갯길 같은 상황에서 일인칭 관점의 운전대, 즉 주체성을 놓아버리면 개인은 거대한 파도에 흔들리는 배의 승객이 된다. 궤적을 예측할 수 없으니 외부 자극 하나하나에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이것이 지속되면 실존적 무기력과 번아웃이라는 ‘실존적 멀미’를 낳는다.

반대로 외부의 파도가 거칠더라도 자기 삶의 운전석에 앉아 고유한 목적과 가치로 방향타를 쥐는 사람에게 흔들림은 통제 과정의 일부인 피드백이 된다. 흔들림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대응할 때 불확실성은 피로의 요인이 아니라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부의 흔들림 그 자체’보다 ‘내가 그 움직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 아니면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휩쓸리고 있는가’라는 주체성의 유무다.

우리는 자신의 몸과 마음, 정신이라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사다. 변화무쌍한 고갯길에서 자신의 운전대를 놓고 삼인칭 관객으로 사는 것은 마치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것처럼 위험하다.

어디에서든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일인칭 주체성이라는 운전대를 놓치지 말아야 할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당나라 임제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가르침이다.

“어디서나 일인칭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 자리가 모두 참된 진리로 떠오른다.”

아무리 큰 일과 직책을 가지고 있어도 남이 시킨 일이라는 삼인칭 객체로 임한다면 자신의 일을 통해 진정한 의미를 체험하기 어렵다.

회사에서도 일인칭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과 삼인칭 객체로서 시킨 일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다르다. 주인의식은 주인도 아닌 사람에게 성과를 더 내라고 강요하는 논리가 아니다. 일인칭 주인의식을 가지는 사람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할 때 자신을 주인으로 세우고, 자신이 직접 일인칭 소설의 작가가 되어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는 삶의 대본을 쓰기 시작한다.


윤정구 교수는 이화여대 경영대학 인사조직전략 명예교수로서 조직이론과 리더십을 연구하며 진성리더십과 목적경영을 중심으로 리더와 조직의 존재 이유를 탐구해왔다. 『복권사회의 정의』『진성리더십』『기업시민』『급진거북이: 진성리더의 변화전략』『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끄는 기적』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국민 대부분이 고기능 우울증을 진단받은 대한민국을 치유하는 웰니스 프로젝트인 <한방병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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