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시속 150㎞를 훌쩍 넘는 광속구가 투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시대다.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가 구위를 증명하는 가장 직관적인 잣대가 된 요즘, 프로야구 KT 위즈의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스 대니엘(29)의 행보는 자못 흥미롭다.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 안팎.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수치지만, KBO리그 타자들의 배트는 그의 공 앞에서 연신 허공을 가른다. 구속이 전부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대니엘의 진짜 무기는 무엇일까.

그의 호투 비결은 전광판 구속이 아닌 ‘무브먼트’에 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무대에 합류한 대니엘은 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05라는 특급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는 연속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고, 특히 1일 한화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 역투로 마운드를 완벽히 지배했다.
‘투수 조련의 대가’로 불리는 이강철 KT 감독은 대니엘의 가장 큰 무기로 뛰어난 ‘수직 무브먼트’를 꼽는다. 과거 야구인들이 흔히 말하던 ‘볼끝’과 ‘종속’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릴리스 포인트에서 홈플레이트까지 살아 들어오는 공의 힘 덕분에, 상대 중심 타자들조차 정확한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빗맞은 타구를 양산하고 있다.
올해 KBO리그의 최대 화두인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환경도 대니엘에게는 호재다. 스트라이크 존의 보더라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정교한 제구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령탑의 든든한 조언과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이 더해지면서, 대니엘은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승부로 리그 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함에 도달하기 위해 남은 과제도 있다.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완성도다. 포심과 투심을 주력으로 던지는 대니엘이지만, 현재 체인지업의 구속이 시속 139㎞까지 치솟으며 패스트볼과 유의미한 구속 차이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완급 조절까지 장착한다면 속구의 위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야구는 결국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싸움이다. 화려한 구속 대신 묵직한 볼끝, 정교한 피치 터널, 그리고 사령탑의 세밀한 조련이 결합된 대니엘의 투구는 가을 야구를 향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KT 선발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투수의 가치는 결코 전광판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니엘은 오늘도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묵직한 공 끝으로 피칭의 본질을 증명하고 있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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