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재일 코리안 3부작’ 대장정 마침표
탄광촌에 피어난 제비꽃 한 송이
웃음·눈물로 전하는 가족 이야기
9월12일 ~ 10월 3일 세종M씨어터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재일 교포 2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선이 20년에 걸쳐 완성한 ‘재일 코리안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스미레 미용실’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60년 전 탄광에서 터진 폭발은 끝났지만, 그날의 상처와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작·연출은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 라운지에서 진행된 세종연극시리즈 ‘스미레 미용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제작 과정과 숨은 메시지를 설명했다.
‘스미레 미용실’은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어 정의선 작·연출이 20년에 걸쳐 완성한 ‘재일 코리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1960년대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규슈의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를 배경으로 한다. 1965년 탄광 폭발 사고를 중심으로 시대의 그늘 속에 놓였던 재일 코리안의 삶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하지만 ‘스미레 미용실’은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6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감정을 무대 위에 겹쳐놓는다.
정의선 작·연출은 ‘야끼니꾸 드래곤’을 집필할 당시 규슈 탄광촌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작품의 씨앗을 얻었다. 당시 탄광촌의 역사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오랜 시간 작품을 발전시켜 마침내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완성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사고 자체만이 아니었다. 탄광 사고 당시 일본은 에너지 정책의 전환기를 맞고 있었고, 탄광 노동자들의 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전 확보에도 안일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했다.
정의선 작·연출은 “탄광촌 사고 당시 일본은 에너지정책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탄광의 노동자들이 해고됐으며 안전 확보에 대해서도 안일시 하던 때였다”며 “현대 사회에서도 인원 감축 등 인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의 탄광촌에서 벌어진 사고와 오늘날의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사이에 놓인 공통점을 통해, ‘스미레 미용실’이 단순한 시대극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작품을 ‘비극’이라는 단어 하나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 정의선 작·연출은 오히려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감정으로 ‘사랑’을 꼽았다.
그는 “사람의 가장 큰 욕구 중 사랑과 성을 빼놓을 수 없다. 경제성장이 급격히 이루어진 한국 사회에서 쇠퇴된 감정이지만, 불변하는 사랑과 가족의 이야기”라며 “고통과 슬픔은 지금도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관객이 작품을 특정 시대와 지역의 이야기로만 바라보기보다 자신들의 삶과 연결해 바라봐주길 당부했다.

작품 제목인 ‘스미레’에도 작품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스미레’는 주인공 ‘수미’의 이름에서 비롯됐으며, 동시에 일본어로 ‘제비꽃’을 뜻한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는 제비꽃처럼, 역사의 중심에 기록되지 않았던 재일 코리안들의 삶 역시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의미다.
정의선 작·연출은 “‘스미레’는 어디에나 피어있는 ‘제비꽃’이라는 뜻”이라며 “아무도 몰라보는 곳에서도 꽃을 피우면서 살아가고 있는 강인한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 된 실제 탄광촌 인근에는 ‘스미레 미용실’이 존재한다. 한 출연 배우가 직접 현지를 찾아 이를 확인하면서 극 중 공간과 실제 현실이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도 만들어졌다.
결국 ‘스미레 미용실’은 한 시대의 비극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과거의 역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노동과 안전, 가족과 사랑, 상처와 회복, 그리고 서로를 지탱하는 연대가 있다. 시대와 국경이 달라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정의선 작·연출은 “인간의 감정에 있어 사랑과 희망에는 변함이 없다”며 “한국 관객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에서 시작해 ‘야끼니꾸 드래곤’을 거쳐 ‘스미레 미용실’에 이르기까지. 정의선 작·연출은 20년 동안 재일 코리안의 삶을 무대에 기록해왔다. 그 마지막 장에서 그는 거대한 역사의 기록보다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을 바라본다.
60년 전 탄광촌의 폭발 사고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오늘의 우리에게 닿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도 삶을 이어가고,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며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공감을 불러온다고 강조했다.
연대와 회복, 가족과 공존의 의미를 다시 묻는 연극 ‘스미레 미용실’은 오는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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