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드론 등 첨단전력, ‘완벽한 개발’보다 ‘빠른 전력화·반복 개량’으로

임무·효과 중심 소요제기부터 최소기능품 선배치·인증제품 신속구매까지…첨단전력 획득체계 전면 개편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국방첨단전력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대표 발의했다. 여야 국회의원 16명도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번 제정안은 인공지능(AI), 드론·대드론 등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첨단전력을 기존 무기체계와 동일한 방식으로 획득하는 데 따른 한계를 개선하고, 빠르게 개발·배치한 뒤 실제 운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량할 수 있는 별도의 첨단전력 획득체계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국방 획득체계는 무기체계의 목표성능과 요구사항을 사전에 확정한 뒤 장기간 개발과 시험평가를 거쳐 완성된 전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그러나 AI와 드론 등은 민간 기술의 발전과 제품 교체 주기가 매우 빨라 장기간의 개발 절차를 거치는 동안 기술이 빠르게 노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실제 전장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신속하게 적용하고, 실전 운용 결과를 다시 성능개량에 반영하는 방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제정안은 첨단전력체계를 별도로 규정하고, 관련 정책과 소요를 심의하기 위한 ‘첨단전력발전위원회’를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스펙 중심’의 소요제기 방식을 ‘임무·효과 중심’으로 전환한다.

군이 처음부터 특정 장비의 세부 성능을 확정해 요구하는 대신, 수행해야 할 임무와 달성해야 할 효과를 중심으로 소요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소요가 결정되면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기업과 연구기관 등이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성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군이 특정 기술이나 제품에 소요를 고정하지 않고, 가장 효과적인 기술과 제품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유기적 순환개발’을 통해 첨단전력의 조기 배치와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추진한다.

완성된 무기체계가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핵심 임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최소기능품’을 우선 개발·배치​하고, 실제 부대 운용을 통해 얻은 실사용평가 결과를 후속 개발과 성능개량에 반복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셋째, 검증된 상용제품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인증목록’ 제도를 도입한다.

공급망과 보안성, 성능 등을 사전에 검증해 적합한 제품을 인증목록에 등록하고, 각 군에서 소요가 발생할 경우 별도의 시험평가 절차를 반복하지 않고 위원회 심의를 거쳐 목록에 등록된 제품을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민간에서 이미 개발·상용화된 우수한 기술을 군이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특히 국방부가 지난 6월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에서 구축하겠다고 밝힌 한국형 군용 인증체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기술 교체 주기가 짧은 첨단장비의 경우 구매뿐 아니라 일정 기간 임대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용원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했듯 이제 전장은 완벽한 무기를 수년간 기다리기보다 빠르게 만들어 실전에서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개량해 나가는 ‘속도전’으로 바뀌었다”라며 “기술 교체 주기가 극도로 짧은 AI와 드론을 10년 전 획득 잣대로 조달하는 것은 우리 장병들의 손발을 묶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군이 필요한 첨단전력을 적시에 배치해 실질적인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방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병주 의원은 “전장에서 필요한 것은 완벽한 무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무기”라며 “장비가 부대에 도착할 무렵이면 이미 낡아 있는 일이 반복돼 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처리해 나가겠다”라며 법안의 초당적 처리 의지를 밝혔다.

이번 법안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전 환경에 맞춰 국방 획득체계를 ‘완성품 중심’에서 ‘신속 전력화와 지속적 혁신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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