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충전 사업자들의 수익성 확보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사업자들의 파산과 기업회생 신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시장 선두 업체조차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을 단순 ‘설치 확대’에서 ‘지속 가능한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 잇따르는 파산·회생…대기업도 발 빼는 충전 시장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업체 차지인이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파산했다. 차지인은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으로 지정되며 코스닥 상장까지 추진했으나, 지난해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끝에 결국 문을 닫았다.

중소 충전 사업자들의 경영난도 날로 심화하고 있다. 클린일렉스와 이카플러그는 각각 지난 4월과 5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클린일렉스의 매출은 2023년 288억 원에서 지난해 84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이카플러그 역시 2024년 100억 2000만 원에서 지난해 41억 5000만 원으로 토막 났다.

대기업 계열 충전 사업자들도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모티브는 지난해 충전 사업에서 철수했다. GS에너지 자회사인 GS차지비는 시장에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IPO 추진을 결정하거나 공식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체별 온도는 다소 엇갈린다. 지난 4월 국내 충전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채비는 외형 성장을 바탕으로 수익성 지표를 일부 개선했다. 채비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4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97억 원으로 적자가 이어졌으나 영업이익률은 -51.7%에서 -39.7%로 개선됐다. 충전 서비스 부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율도 -17.3%에서 -3.2%로 상승했다.

현재 채비가 직영 운영하는 충전 인프라는 급속 약 6100면, 완속 약 8500면 등 총 1만 4700여 면에 달한다.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상반기 4.4%에서 올해 상반기 4.6%로 소폭 상승했다.

◇ 충전기 늘수록 고정비 부담…‘저이용률·요금 동결’ 딜레마

충전 업계의 수익성 악화 원인은 구조적인 한계에 있다. 충전망을 넓힐수록 전력비와 부지 임차료, 통신비, 유지보수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지만, 실제 충전기 이용률이 이에 미치지 못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호남대 자동차학부 김철수 전 교수는 “충전 사업자들은 막대한 유지비 부담을 안고 있지만, 충전요금을 올릴 경우 소비자의 반발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정부가 이를 시장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보조금 지급 방식 개선 등 실질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예산이 초기 설치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충전 인프라 예산 총 5457억 원 중 급속충전기(4450기) 설치에 3832억 원, 완속충전기(6만 5000기) 설치에 1325억 원이 할당됐다. 초기 설치비 지원에 집중된 반면, 설치 이후 지속해서 발생하는 전력비와 임대료, 유지보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보조금 중심에서 ‘실적·운영’ 중심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전문가들은 설치 수량 기준의 보조금 지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초기 보조금에 의존한 충전기 설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보조금이 줄어들자 사업자들의 취약한 수익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충전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사전 보조금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전기차 전력 판매량과 연동한 사후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설치 대수보다 실제 이용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세분화된 충전요금 정책 역시 사업자에게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공공충전요금 체계를 출력에 따라 기존 2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했다. 30kW 미만 완속 요금은 kWh당 324.4원에서 295.0원으로 9.1% 인하된 반면, 200kW 이상 초급속 요금은 347.2원에서 393.1원으로 13.2% 인상됐다. 이에 따라 완속 충전 비중이 높은 민간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한층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 교수는 급속충전 중심의 독자적 수익모델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관광지, 대형 쇼핑몰 등은 급속충전 수요가 높다”며 “주유소처럼 민간 사업자가 급속충전소를 직접 운영하며 전력 판매 자체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안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업자 폐업 피해는 소비자 몫…제도적 안전장치 시급

사업자들의 경영난은 곧바로 소비자 불편과 피해로 연결된다. 최근 이지차저가 한국전력에 전기요금을 체납하면서 인천 지역 아파트와 상가에 설치된 충전기 수백 대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국내 전기차 충전기의 약 72%가 공동주택에 설치되어 있고, 이 중 95% 이상을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다. 사업자가 파산하거나 운영을 포기할 경우, 시설 유지·보수나 철거 비용 부담이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주체에게 그대로 전가될 위험이 크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최근 5년간 5배 이상 급증하며 올해 50만 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3.6% 증가한 19만 8509대를 기록하며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결국 전기차 대중화의 성패는 충전기 수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구축된 충전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자생적 수익 구조를 정립하는 데 달렸다. 전력 원가와 유지비를 합리적으로 반영한 요금 체계 마련과 함께, 사업자 폐업 시 책임 소재와 보조금 환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wsj011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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