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이강인(25)이 앙투안 그리즈만(올랜도시티)처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의 ‘설계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강인은 30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의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린 세비야와 2026~2027시즌 스페인 라 리가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시즌 1호 도움을 기록, ATM의 3-1 승리에 발판을 놨다. ATM은 개막 이후 3경기 무패(2승1무)를 질주했다.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최전방에 배치돼 공격수 알렉스 바에나와 투톱을 이뤘다. 이강인과 바에나의 인연은 과거 유스 시절부터다. 이강인이 발렌시아, 바에나가 비야레알에서 각각 유스로 성장했는데 발렌시아 주 U-15, U-16 지역 팀에서 함께 뛰었다.

둘의 호흡은 전반 4분 만에 빛났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한 뒤 침투하는 바에나에게 패스했다. 바에나는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따돌렸고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시즌 첫 어시스트. 그는 교체로 출전한 말라가(2-0 승)와 개막전에서 선제 결승포를 터뜨린 데 이어 두 번째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발렌시아는 전반 26분 아데몰라 루크먼과 33분 바에나의 추가골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 21분 세비야 미겔 앙헬에게 만회골을 내줬으나 2골 차를 지켜냈다. 이강인은 후반 27분 미드필더 코케와 교체될 때까지 72분을 소화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이강인은 기회 창출 1회, 패스 성공률 94%, 드리블 성공 3회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12차례 지상 경합에서 7차례를 성공했다. 파울도 4개나 유도했다. 유럽축구 통계전문매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평점 8.0의 높은 점수를 매겼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이날 이강인을 앞선 2경기와 다소 다르게 활용했다. ATM은 훌리안 알바레즈가 바르셀로나 이적을 요구하면서 훈련마저 불참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마저 부상을 안으며 스트라이커 자원이 사실상 없다.

시메오네 감독의 선택은 이강인을 그리즈만(올랜도 시티)처럼 기용하는 것이다. 그리즈만도 ATM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구실을 맡아 공격의 ‘만능키’로 활용됐다. 직접 공간을 침투하고 해결하는 것은 물론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이강인은 이날 공격진에서 해결사보다 조력자이자 설계자를 도맡았다. 바에나와 지속해 위치를 바꾸며 중앙과 측면을 오갔다. 때론 2선으로 내려가 볼 배급과 탈압박에 힘을 보탰다. 이강인이 2선으로 내려오면 바에나와 루크먼이 넓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바에나와 루크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이강인은 익숙한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으로 옮겨 활약했다. 상대 수비에 혼란을 가중하는 동시에 이강인의 장점을 극대화할 선택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의 의도에 맞게 이강인은 72분을 뛰며 송곳같은 어시스트를 뽐냈다. 지난 개막전에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넣고, 비야레알과 2라운드(2-2 무)에서 66분을 뛰며 팀 내 최다인 6개의 슛을 시도한 것과 비교해서 도우미 구실에 주력한 경기다.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강인의 ‘다재다능함’과 시메오네의 적절한 활용법이 시너지를 낸다. 자연스럽게 이강인도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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