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윤회·업보 품은 동양 다크판타지

‘무당→만신’ 한국적 클래스 눈길

3시간 대기열…글로벌 게이머 홀렸다

40시간 싱글 캠페인·2027년 출시 목표

[스포츠서울 | 쾰른=김민규 기자] 서양 중세 판타지가 익숙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에 ‘육도윤회’와 ‘업보’가 들어왔다. 검과 마법 대신 굿을 하고, 살(煞)을 다루며 영적 존재와 하나가 되는 ‘접신’까지 등장한다.

낯설지만 강렬했다.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6’에서 크래프톤이 공개한 신작 ‘타래: 언바운드’가 글로벌 게이머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직접 게임을 즐기기 위한 대기열이 3시간 이상 생겼다. 현장 반응이 뜨겁다.

크래프톤이 이번 게임스컴에서 선보인 신작 5종 가운데 ‘타래’가 내세운 가장 분명한 무기는 ‘동양의 서사와 미(美)’다.

바운더리가 개발 중인 타래는 15~17세기 한국·중국·일본·몽골 등 동아시아 문화와 신화를 다크 판타지로 재해석한 액션 RPG다. 서양 중세 세계관을 차용한 작품이 많은 장르에서 동양 고유의 사상과 역사, 직업을 게임의 뿌리부터 심어 차별화를 꾀했다.

서사의 출발점은 불교의 ‘육도윤회(六道輪廻)’다. 모든 존재가 자신이 쌓은 업(業)과 그 결과인 보(報)에 따라 여섯 세계를 끊임없이 윤회한다는 사상을 세계관에 녹였다.

게임명 ‘타래’도 여기에서 태어났다. 구인영 바운더리 대표는 “수없이 얽히고 얽매인 죄악들이 마침내 거대한 덩어리를 이룬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프로젝트 이름을 ‘타래’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삼도천’ 심연에서 태어난 한 존재가 견고하게 얽힌 타래의 궤적을 비틀면서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업보의 굴레를 따라가며 뒤틀린 세계의 비밀과 마주한다.

캐릭터에도 동양의 색채가 짙다. 대표 클래스 ‘만신’은 한국 고유의 영적 매개자인 무당을 재해석했다. 살과 굿, 영적인 존재와 동화되는 ‘접신’이 실제 전투 메커니즘으로 연결된다. 화약과 덫을 다루는 ‘착호갑사’, 오행의 기운을 활용하는 ‘풍수사’, 인술을 펼치는 ‘쿠노이치’ 등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에서 가져온 직업들도 등장한다.

동양적인 외형이 전부가 아니다. 또 다른 차별점은 ‘손맛’이다. 탑다운 시점에서 몰려드는 적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호쾌한 전투와 정교한 보스전을 결합했다. 특히 보스전에서는 지구력을 관리하면서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회피해야 하는 등 피지컬 액션의 비중을 높였다.

구 대표는 “‘디아블로’나 ‘패스 오브 엑자일’ 같은 장르가 떠오를 수 있다”면서도 “세팅과 빌드를 완성하는 재미에 피지컬 액션의 손맛을 더 강조하고 싶었다. 액션성을 한층 강조한 액션 RPG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스토리도 ‘곁다리’로 두지 않는다. 캠페인은 내러티브 몰입을 위해 싱글 플레이로 제작하며 약 40시간 분량으로 잡았다. 캠페인을 마친 뒤에는 자신만의 빌드를 완성하는 엔드게임으로 이어진다.

PC와 콘솔 동시 출시가 목표다. 현재는 패키지 판매를 기본 BM으로 계획하고 있다. 약 110명의 개발진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게임스컴 개막 전야제에서 한국어 음성과 동양적 미학을 전면에 내세우며 첫눈을 사로잡았다. 이번에는 직접 플레이하려는 글로벌 게이머들을 3시간 넘게 줄 세웠다.

육도윤회와 업보, 무당과 굿. ‘타래’가 던진 카드는 분명히 달랐다. 단순히 동양적인 외형을 입힌 게 아니다. 동양의 이야기를 플레이로 푼다. 크래프톤의 새로운 ‘타래’가 글로벌 게이머들을 제대로 얽어매기 시작했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