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그룹 리센느(RESCENE)가 방탄소년단(BTS)과 임영웅마저 넘어섰다. 8월 스타 브랜드평판에서 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웬만한 대형 팬덤의 화력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구도를 보기 좋게 박살 낸 것. 반짝 화제성을 모은 신인의 깜짝 이변으로 치부하기엔,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이들의 흥행 곡선이 가파르고 단단하다. 멈출 줄 모르는 장기 흥행의 신호탄이다.
빅데이터 지수 1000만을 뚫어낸 수치만큼 주목할 만한 점이 ‘흥행의 질’이다. 일반적으로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차트 인은 숏폼 챌린지 하나로 반짝 터졌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단타’에 그치기 쉽다. 하지만 리센느는 ‘러브 어택(LOVE ATTACK)’의 역주행 이후 끊임없이 자체 콘텐츠를 쏟아내며 유입된 화제성을 완벽히 가둬두는 데 성공했다.

시작은 밈이었다. 지난 3월,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원잘부(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원이와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엉뚱하게 만들어낸 갸루 콘셉트의 ‘거제 야호’ 영상이 알고리즘을 제대로 탔다.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영상은 1000만 뷰를 찍었고, 채널은 단 5개월 만에 구독자 150만 명을 돌파했다. 제나와 원이의 구수한 사투리 콘텐츠까지 연달아 터지며 인지도는 수직 상승했다.
여기까지는 흔한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챈 건 묵직한 실력이다. 예능과 유튜브 콘텐츠로 쏠린 대중의 호기심을 탄탄한 음악으로 완벽하게 받아먹었다.
현재 멜론 일간 차트 톱 100에 리센느의 노래가 무려 네 곡이나 진입해 있다. 5월부터 역주행에 시동을 건 ‘러브 어택’은 1위를 찍고 굳건히 버티는 중이고, 리메이크 신곡 ‘프리티 걸(Pretty Girl)’을 비롯해 ‘데자부(Deja Vu)’ ‘런어웨이(Runaway)’까지 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했다. 심지어 ‘프리티 걸’로는 데뷔 첫 음악방송 1위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리센느의 인기에는 1020과 3040의 독특한 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 10대들이 숏폼과 챌린지로 리센느를 ‘대중픽’으로 띄웠다면, 3040 세대는 이들의 짠내 나는 밑바닥 성장 서사에 감응해 든든한 방어막을 쳤다. 대형 기획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지 않고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며 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이른바 ‘언더독 서사’가 기성세대의 뭉클한 공감대를 자극한 것이다.
리센느의 팬이 됐다는 30대 여성 팬은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특히 중소회사임에도 대형 기획사의 그룹을 이기고 있다는 점이 멋있다”며 “리센느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 ‘언니들이 지켜줄게’란 마음으로 리센느의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렇듯 아이돌 소비를 넘어 “우리가 키워낸 팀”이라는 지지형 팬덤이 형성되면서, 앨범 판매량과 장기 음원 순위라는 실질적인 화력으로 직결됐다. 원이를 필두로 멤버 전원이 개인 브랜드평판 톱10에 고르게 안착한 것 역시 특정 멤버 멱살잡이가 아닌 팀 전체의 서사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축배는 이르다. K팝 신에서 ‘언더독 프리미엄’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정점에 올라선 순간 대중의 기준은 한층 더 가혹해진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올라온 감동 서사는 첫 정상을 밟는 순간 소진되기 마련이다.
남은 과제는 이 ‘언더독의 신화’를 온전한 자신들의 체급으로 굳히는 것이다. ‘프리티 걸’이 카라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화제성을 안고 있었던 만큼, 향후 내놓을 온전한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신곡마저 차트 최상단에 꽂아 넣을 수 있는지가 5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중소의 반란을 넘어 가요계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는 리센느의 진짜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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