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갤러리, 8월 19일부터 9월 22일까지… 반세기 넘게 구축한 오세열의 독창적 조형 언어 조명

숫자·문자·도형과 선의 반복으로 기억의 층위 탐구…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새로운 의미 확장

국립현대미술관·리움 등 주요 기관 소장 작가… 서울·파리·런던·상하이 등 국내외 전시 이어와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나마갤러리는 8월 19일부터 9월 22일까지 오세열 개인전 ‘선, 기호, 그리고 사유〉’를 나마갤러리 제1관과 제2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반세기 넘게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오세열의 작품세계를 ‘선’과 ‘기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기억과 사유의 관계를 중심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오세열의 화면에는 숫자와 문자, 도형, 일상의 사물, 낙서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흔적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선 위에 숫자가 적히고 원과 사각형이 놓이며, 눈과 꽃 등 익숙한 이미지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요소들은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교차하면서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만들기보다 관람자의 기억과 감각을 자극하는 시각적 단서로 작용한다.

특히 작품에서 반복되는 선은 단순한 조형적 장치를 넘어 기억과 시간을 담아내는 구조로 기능한다. 노트의 줄처럼 이어지는 선들은 무엇인가 기록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놓인 숫자와 문자, 도형과 형상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파편처럼 자리한다.

오세열에게 숫자와 문자는 본래의 기능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숫자는 계산의 의미에서 벗어나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문자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를 넘어 조형적 기호로 변한다. 관람자는 익숙하지만 낯선 기호들을 자기 경험과 기억에 따라 연결하며 작품의 의미를 스스로 확장하게 된다.

작품의 자유로운 선과 낙서 같은 이미지 이면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억과 경험이 자리한다. 지우고 덧입히고 다시 긋는 반복적인 작업 과정에서 하나의 기억은 또 다른 기억 위에 포개지고, 화면은 시간의 흔적이 축적되는 장소가 된다.

때문에 오세열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그려져 있는가뿐만 아니라 무엇이 지워졌으며 어떤 흔적이 남아 있는가에 있다. 완결된 의미를 제시하기보다 비어 있는 공간과 지워진 흔적, 반복되는 기호를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오세열의 조형언어를 하나의 시각적 문법으로 바라본다. 선은 기억을 담는 구조가 되고, 숫자와 문자, 도형과 사물은 그 위에 놓이는 기호가 된다. 그러나 이 기호들은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기억과 이야기를 불러내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오세열은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9년 서라벌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4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경기도 양평에서 작업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개인전을 이어온 오세열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왔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6년 ‘선, 기호, 그리고 사유’를 비롯해 2023년 ‘다층적 감성의 향연’(나마갤러리), 2021년 ‘은유의 섬’(학고재), 2020년 ‘천진난만한 천재’(바지우갤러리, 파리), 2017년 ‘기억의 흔적’(일우스페이스·해든뮤지움), ‘무구한 눈’과 ‘암시적 기호학’(학고재), 2016년 ‘기억의 층위’(학고재 상하이·폰튼갤러리 런던·한국문화원 브뤼셀·한국문화원 파리) 등이 있다.

국내외 주요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 1986년 ‘한국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비롯해 1989년 ‘서울-교토 37인’(교토시립미술관), 1990년 ‘한-일 현대미술 동질과 이질’, 1999년 ‘한국미술의 자생적 지평’, 2003년 ‘내 안의 풍경들’(부산시립미술관), 2014년 ‘사유로서의 형식:드로잉의 재발견’(뮤지엄 산), 2023년 ‘Art Pick 30’(한가람미술관) 등에 작품을 출품했다.

수상 경력도 주목된다. 1976년 제3회 한국일보사 한국미술대상전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1972년 구상공모전 Y氏상, 1971년 구상공모전 금상, 1969년 구상공모전 은상을 수상했다. 1965년부터 1980년까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 5회, 입선 9회를 기록했다.

오세열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국회의사당, 한국일보사 등에 소장돼 있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프레데릭 R. 와이즈만 예술재단에도 소장돼 있다.

나마갤러리 관계자는 “오세열의 작품 속 선과 숫자, 문자와 기호는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람자의 기억을 불러내는 매개가 된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오세열이 오랜 시간 구축해온 조형적 사고의 흐름을 살펴보고, 작품 속 기호를 통해 각자의 기억과 사유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오세열 개인전 관람은 무료이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는 나마갤러리 운영팀(02-379-5687) 혹은 이메일 namagallery@naver.com으로 하면 된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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