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겨울왕국’ 한국 상륙…눈앞서 펼쳐진 아렌델
애니메이션보다 더 ‘짜릿’…환호성 터진 ‘인생 최고작’
8월부터 서울 공연…2027년 부산 공연 예고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히트(Hit)다, 히트!” 미국 브로드웨이 흥행 돌풍을 일으킨 뮤지컬 ‘겨울왕국’이 한국 초연과 함께 제대로 터졌다.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익숙한 이야기와 음악이지만, 무대에서 만난 ‘겨울왕국’은 전혀 다른 마법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어린이 관객보다 오히려 어른들의 환호가 더 뜨겁다.
뮤지컬 ‘겨울왕국’은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은 것 같지만, 이건 익숙한 느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기분일 뿐. 작품은 뻔한 공연에 그치지 않는다. ‘Let It Go’ ‘Love is an Open Door’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명곡은 물론 뮤지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추가 넘버와 라이브 퍼포먼스, 번쩍이는 마술과 특수효과가 더해지면서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고 생생한 경험으로 확장한다.
‘겨울왕국’ 한국 초연의 화려하게 장식하는 47인의 주인공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간 각국에서 작품의 캐스트들을 발굴해온 크리에이터들이 장기간 오디션을 통해 직접 배우들을 찾아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오직 캐릭터와의 내적·외적 싱크로율을 모두 고려해 까다로운 기준으로 평가했다.
자신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힘을 스스로 억제하는 ‘엘사(Elsa)’ 역은 정선아, 정유지, 민경아가 연기한다.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매력과 함께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는 ‘안나’ 역은 박진주, 홍금비, 최지혜가 맡는다.
무대로 옮겨져 음악과 서사가 더해진 ‘크리스토프’ 역 차윤해와 신재범, ‘한스’ 역 김원빈과 황건하가 캐스팅됐다. 쾌활하고 순수한 눈사람 ‘올라프(Olaf)’는 정원영, 한규정, 이창호가 책임진다.


◇ 브로드웨이 대신 서울…테마파크 뺨치는 상상 초월 무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아렌델로의 신비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제한된 공연장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아렌델 왕국과 얼음성을 구현,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와 조명으로 동화 속 풍경을 현실로 끌어낸다. 테마파크의 어트랙션을 체험하는 듯한 장면 전환은 관객의 시선을 끊임없이 무대에 붙잡아둔다.
무대는 상상이 아닌 현실 속 겨울왕국과 더욱 가까워진다. 단순히 영상을 바라보는 공연이 아니라 눈앞에서 캐릭터와 세계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배를 타고 체험하는 기분이다. 정령들이 등장할 땐 사파리에 와있듯 ‘겨울왕국’의 세계관을 한층 확장한다.
극장의 접근성도 매력적이다. 미국에는 디즈니 월드·랜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아일랜드가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환상의 왕국에 도착하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서울은 공연장과 바로 붙어있어 곧바로 환상의 나라로 빠져들 수 있다.


◇ 영상과 차원이 다른 엘사 손끝의 마법 ‘Let it Go’
시각적인 볼거리도 압도적이다. 손끝에서 뻗어나가는 마술부터 애니메이션 속 의상까지 정교하게 재현했다. 특히 노르웨이 현지에서 수입한 원단과 세밀한 자수는 캐릭터의 의상 자체를 하나의 볼거리로 만든다. 신기한 마법과 눈 깜짝할 사이 의상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니, 이 또한 감탄사를 끌어내는 섬세한 볼거리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모두가 기대하는 엘사의 ‘Let it go’다. 해외 프로덕션의 영상에서 수없이 봤던 장면이지만, 한국 무대에서의 감동은 아이맥스로 보는 듯 차원이 다르다. 특히 엘사의 의상이 눈앞에서 바뀌는 순간, 조명과 무대 장치가 맞물리며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더해진 이 한 장면에서 감탄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영상으로 접했던 명장면이 실제 공연장에서는 훨씬 강렬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 브로드웨이 제작진도 인정…베테랑부터 아역·퍼펫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7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제작진은 한국 배우들이 원작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완벽하게 흡수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더해 인물을 완성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무대에서도 배우들은 익숙한 캐릭터에 각자의 색을 입히며 한국 프로덕션만의 ‘겨울왕국’을 만들어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실력파 배우들의 자랑은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인데, 아역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전 캐스트 회전문(여러 회차 관람)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이유다.
퍼펫을 활용한 캐릭터 구현 역시 ‘겨울왕국’의 관전 포인트다. 올라프는 배우와 퍼펫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특유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때론 거침없는 ‘팩폭’으로 웃음보를 터뜨리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스벤의 구현 방식도 놀랍다. 한 명의 배우가 네 다리, 두 귀와 눈, 몸통까지 순록의 움직임을 표현하며 실제 스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만든다.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 스벤을 연기하며 생생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이들은 앞서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퍼펫 연기로 활약한 ‘베테랑’ 배우들로 알려졌다.
앙상블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뮤지컬 ‘알라딘’ ‘물랑루즈!’ ‘렘피카’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형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들이 합류해 가족극 특유의 분위기에 성인 뮤지컬의 화려함과 에너지를 더한다.



◇ 웃다가 눈물 터진 세대 초월 감동…‘진정한 사랑’이란?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2막의 산장 신에서는 사우나를 즐기는 인물들이 살색 전신 쫄쫄이 타이츠를 입는 브로드웨이와 달리, 샤워 가운과 나뭇가지 등을 활용해 상황을 코믹하게 표현한다. 가족 관객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인 만큼 과도한 노출 없이 유쾌하게 장면을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다.
‘겨울왕국’이 단순한 가족 뮤지컬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이야기에도 있다. 작품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은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매의 우애와 가족애, 연인과의 사랑, 처음 만난 사람을 향한 마음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특히 “진정한 사랑이 얼어붙은 가슴을 녹인다”라는 대사는 어린이보다 오히려 삶의 경험이 많은 성인 관객에게 더욱 깊숙하게 다가와 순간 울컥하게 한다.
작품은 어린이 뮤지컬을 넘어 어른까지 제대로 사로잡은 ‘어른이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했던 관객에게 추억을 되돌려주는 동시에,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독립적인 공연으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어린이에게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세계를, 어른에게는 음악과 퍼포먼스,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각각 다른 방식의 감동으로 다가간다.
환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아가페적 사랑 ‘겨울왕국’ 서울 공연은 오는 8월 13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이어 2027년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로 무대를 옮겨 감동을 이어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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