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자랑처럼 꺼냈다” 하영의 한마디…100년치 파묘가 시작됐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지금 조선 옷은 한 벌도 없습니다.”
1918년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남긴 말이다. 한 세기를 건넌 2021년, 증손녀 하영은 SNS에 “생에 첫 한복 즐거웠던 촬영 #암행어사”라고 적었다.
두 문장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 하영의 글도 한복을 입고 진행한 촬영이 처음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하영이 방송에서 꺼낸 4대째 의사 집안 이야기가 100여 년 전 가족사와 5년 전 SNS까지 파고들면서 두 표현이 공교롭게 겹친다.
1918년 12월10일 ‘매일신보’는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1872~1927)에 대해 ‘전연히 내지화한 의사’로, 그의 집을 ‘일선동체의 가정’으로 소개했다.
안상호는 당시 “나는 일본 사람과 똑같다, 지금 조선 옷은 한 벌도 없다, 조선 사람과 상종할 일이 없어 불편하지 않다”등의 말을 남겼다. 일본인처럼 생활하며 조선인과 거의 교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안상호는 1916년 내선융화를 내세운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일본인 부인과의 혼사는 명성황후 시해와 소각에 가담한 친일파의 중매로 맺어졌다.
조부 안부호 교수의 이력도 소환됐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는 안 교수가 1949년부터 국립소록도갱생원 의무과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남아 있다.
해당 시기는 소록도에서 강제 단종과 낙태 등 한센인 인권침해가 이어진 때와 겹친다.

다만 안 교수가 특정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직접 가담했다고 입증할 명령서나 수술 기록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무과장은 환자 진료와 간호를 담당한 의료부서의 책임자라고 볼 수 있다
하영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후폭풍은 현재 활동으로 번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공개 인터뷰가 취소됐고 삼성 아트 TV와 의류 브랜드 아티드도 하영이 출연한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영의 충격도 크다. 하영은 지난 13일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촬영 도중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휴식을 취한 뒤 촬영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작마저 공교롭게 일본과 연결됐다. ‘승산 있습니다’는 일본 TV아사히가 2018년 방송한 ‘리갈 V~전 변호사 타카나시 쇼코~’를 원작으로 한다. 첫 방송 목표일은 2027년 2월26일이다. 3·1절을 사흘 앞둔 시점이다.
원작과 편성을 하영 개인이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증조부 논란이 작품 밖으로 번지면서 제작진도 뜻밖의 부담을 안게 됐다.
그리고 최근 소환된 것이 2021년의 ‘첫 한복’이다. 한 세기 전 증조부가 조선 옷을 한 벌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기록과 겹치면서 조롱성 반응까지 나왔다.
4대 의사 집안이라는 한마디가 시작한 파묘가 끝단없이 퍼지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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