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한 명의 논란이 작품 하나를 뒤흔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작품의 성패가 출연진의 이름값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배우 개인의 과거와 사생활, 사회적 논란까지 작품 전체의 리스크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근 배우 하영을 둘러싼 친일파 집안 논란이 대표적이다. 하영의 개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출연작 넷플릭스 ‘이런 엿 같은 사랑’은 물론, 차기작인 SBS ‘승산 있습니다’와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시즌2까지 작품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친일파 논란은 단순한 개인의 사생활이나 구설과는 결이 다르다. 역사적 문제와 국민 정서가 맞물려 있는 만큼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더욱 엄중할 수밖에 없다. 배우 개인을 둘러싼 문제가 작품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작품과 배우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작품에 참여한 배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현실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함께 작품을 만든 동료들이다. ‘승산 있습니다’의 경우 하영의 상대 배우인 이제훈에게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이제훈은 이미 조진웅으로 인해 또 다른 차기작 tvN ‘두 번째 시그널’이 편성을 보류한 상황이다.

조진웅은 지난해 말 과거 소년범 전력이 알려진 뒤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시그널’을 올해 tvN 텐트폴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 현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으로 완성된다. 배우뿐 아니라 연출, 촬영, 조명, 미술, 의상, 분장, 편집 등 각 분야의 수많은 스태프가 하나의 작품을 위해 움직인다.

만약 작품의 공개나 방영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의 정산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작품 하나의 편성과 공개가 무산되거나 장기간 미뤄지는 것이 단순히 ‘작품 하나가 못 나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제작 현장의 특성상 출연진 가운데 단 한 명에게 발생한 논란이 작품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경우 그 책임과 피해를 함께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작품에 참여했지만 논란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배우 개인의 리스크를 작품 전체가 떠안는 구조는 콘텐츠 산업이 가진 특수성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은 다수의 사람이 함께 만들지만 대중에게 가장 먼저 인식되는 이름은 결국 배우다. 제작사가 수많은 출연진 가운데 한 배우의 논란 때문에 작품을 포기하거나 편성을 조정하는 것 역시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작품을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 이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누적된다.

물론 대중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에게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을 때 제작사와 플랫폼, 방송사가 이를 외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특히 역사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국 제작진 입장에서는 작품을 강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매나 여론 악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반복되는 사례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배우 개인의 리스크를 어디까지 작품 전체의 책임으로 보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는 배우 한 명에게 발생한 리스크가 작품에 참여한 모두에게 ‘N분의 1’로 전가되는 구조다. 개인의 논란은 개인의 몫이어야 하지만 콘텐츠 산업에서는 그 경계가 너무 쉽게 무너진다. 이제는 논란이 발생한 뒤 작품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넘어 한 사람의 리스크가 수많은 사람의 생계와 경력까지 흔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구조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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