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어서 맨날 썩는다” 하영家 냉장고 5대…독립운동가 후손 66%는 신고소득조차 없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독립운동가 후손 3명 중 2명은 신고소득이 없다. 반면 증조부의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인 배우 하영은 ‘4대째 의사 집안’을 자랑했고, 본가의 냉장고 5대에는 먹지 않아 음식이 썩어나갔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은 이들의 후손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친일 논란이 불거진 가문은 부와 사회적 지위를 이어왔다. 광복절을 앞두고 드러난 불편한 현실이다.
2018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후손 3대까지의 75.9%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타났다. 66%는 신고소득이 없었다.
하영의 집안 풍경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하영은 지난해 5월 방송한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본가에 냉장고가 5대 있다고 밝혔다. 고기와 해산물부터 소스·유제품, 장류, 수제 청, 김치까지 용도별로 나눠 보관한다는 것.
당시 자취 한달차였던 하영은 본가에서 각종 식재료를 챙기며 “내가 챙겨 와도 아무도 모른다. 절대 모른다. 그리고 안 먹어서 매일 썩는다. 그래서 요긴하게 쓸 만한 것들을 몽땅 가져왔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풍족한 의사 집안의 일상으로 소비됐다. 그러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지자 “냉장고 5대”와 “음식이 썩는다”는 발언은 전혀 다른 의미로 소환된다.
하영은 지난 7일 방송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도 ‘4대째 의사 집안’을 내세우며 증조할아버지가 고종황제를 진료한 의사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할아버지와 부모, 언니까지 의사라고도 했다.
그런데 하영이 자부심을 드러낸 증조부는 의사 안상호였다. 그는 친일단체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며,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도 안상호의 가정을 ‘완전히 내지화된 가정’으로 소개했다. 일제가 내선일체의 모범 가정으로 선전한 셈이다.
또한 안상호는 1909년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에게 피습당한 ‘매국노’ 이완용을 치료한 의료진 중 한 명으로도 알려졌다..
조상의 행적을 후손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후손이 누리는 경제력을 친일의 대가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다만 독립운동가 후손 상당수가 소득조차 신고하지 못할 만큼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4대째 의사 집안’과 ‘냉장고 5대’ 자랑은 뼈아픈 대비를 만든다.
나라를 지킨 가문에는 가난이 남고, 친일 행적 논란에 놓인 가문에는 부와 명예가 이어지는 현실. 광복 81년을 앞둔 대한민국이 풀지 못한 역사의 역설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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