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임지유, 첫 드림투어 우승
‘항저우 AG 은메달’ 이후 극심한 부진
이틀간 15언더파 ‘폭발’
슬럼프 깨고, 14년 만의 ‘6타 차 압승’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태극마크를 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기대를 안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좀처럼 성적이 나지 않았다. ‘좋은 스윙’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슬럼프까지 찾아왔다.
길었던 슬럼프를 이겨낸 임지유(21)얘기다. 임지유가 그렇게 넘어지고 또 일어선 끝에 마침내 활짝 웃었다. 무려 6타 차 압승으로 생애 첫 드림투어 우승컵을 품었다.
임지유는 경북 영덕 오션비치 골프앤리조트(파72·6454야드)에서 열린 ‘KLPGA 2026 이스트원·오션비치 드림투어 14차전(총상금 7000만원)’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129타를 적어내 공동 2위 최혜원과 홍수민(이상 9언더파 135타)을 6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쓸어 담으며 개인 베스트인 9언더파 63타를 작성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6타를 더 줄여 이틀 동안 무려 15언더파를 몰아쳤다. 드림투어 36홀 대회에서 6타 차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12년 최민경 이후 14년 만이다.

임지유에게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긴 우승이었다. 그는 “2024년 정규투어 데뷔 후 힘든 시기를 거쳐 얻은 첫 우승이라 더욱 값지고 기쁘다.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첫날부터 샷이 불을 뿜었다. 9개 버디 대부분이 3m 안쪽에서 나왔을 만큼 아이언샷이 정교했다. 최종일에는 첫날만큼 핀에 바짝 붙는 샷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퍼트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승부처는 8번 홀(파5)이었다. 투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잡아 기분 좋게 전반을 마쳤고, 후반 13번 홀(파3)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확실하게 흐름을 가져왔다.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면서도 리더보드를 의식하지 않았다. 임지유는 “2위 그룹과의 타수 차이는 신경 쓰지 않아 잘 모르고 플레이했다”고 했다.
그에게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지난 시간을 견디고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임지유는 아마추어 시절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22~2023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KLPGA 2024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10위에 올라 기대 속에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의 벽은 높았다. 임지유는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처음으로 큰 실패를 경험했다. 슬럼프도 길어졌다”며 “작년까지 경기가 풀리지 않으니 무작정 연습량만 늘렸다”고 털어놨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자신을 옭아맸다. 그는 “대회를 즐기기보다 ‘좋은 스윙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었다. 경기 중에도 스윙 각도와 길이, 궤도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했다”고 돌아봤다.
전환점은 지난 5월말 찾아왔다. 김강일 프로를 만나면서 복잡했던 스윙을 단순화했고 생각도 바꿨다. 아침 연습장에서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쌓아온 훈련과 자신을 믿고 필드에 나섰다. ‘완벽한 스윙’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오히려 임지유의 골프가 살아났다.

그리고 그 변화가 ‘14년 만의 6타 차 압승’이라는 값진 첫 우승으로 돌아왔다. 우승 상금 1050만원을 보탠 임지유는 시즌 누적 1730만8600원으로 드림투어 상금순위 20위에 올랐다. 첫 번째 목표를 이룬 그의 시선은 이제 다시 정규투어를 향한다.
임지유는 “내년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하기 위해 드림투어에서 1승을 더 올리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내년과 내후년 KLPGA 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LPGA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국가대표 시절 거침없이 달렸던 유망주는 프로에 와서 크게 넘어졌다. 그러나 그 실패는 임지유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첫 우승은 끝이 아니라 다시 출발선이다. 임지유가 이제 정규투어를 향해 다시 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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