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위기의 진원지’ 롯데케미칼, 돈 버는 곳이 달라졌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롯데그룹의 재무 부담을 키운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롯데케미칼이 달라지고 있다.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이익을 내는 곳이다. 전통 주력인 기초화학은 2분기 23억 원을 버는 데 그쳤지만, 첨단소재는 132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단순한 흑자 전환을 넘어 이익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 6864억 원, 영업이익 1101억 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1분기에 이어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상반기 매출은 10조 6769억 원, 영업이익은 183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15억 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의 속내를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기초화학 부문은 2분기 매출 3조 9403억 원, 영업이익 23억 원을 기록했다. 정기보수와 원료 가격 변동에 따른 래깅 효과로 전 분기보다 수익성이 낮아졌다. 반면 첨단소재는 매출 1조 1551억 원, 영업이익 1325억 원을 냈다. 주요 제품 스프레드 확대와 환율 효과가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사업 부문별 손익에는 연결조정 등이 반영되는 만큼 연결 영업이익과 단순 합산할 수는 없지만, 어느 사업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부가 소재를 키우려는 방향은 자회사에서도 이어진다. 롯데정밀화학은 2분기 영업이익 619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제품의 국제 가격 상승과 환율 강세, 판매량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동시에 반도체 소재와 식의약용 소재 등 성장성이 높은 고부가 사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의 변화는 신 회장이 추진해 온 사업구조 재편과 맞닿아 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NCC와 약 1조 9000억 원 규모의 ‘라인(LINE)’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2022년에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약 2조 7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로 차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침체까지 겹쳤다. 롯데케미칼은 결국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그룹 전체 현금흐름에도 부담을 줬다. 한때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활용해야 할 만큼 그룹의 재무 부담이 커졌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방향을 틀었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현금 창출력과 고부가 소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서 ‘돈 되는 사업’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긴 셈이다.

생산거점 재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분할 절차를 마친 대산공장은 오는 9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뒀다. 여수공장 역시 지난 7월 사업 재편 계획 승인을 받은 뒤 관계사들과 통합 운영체계 구축을 협의하고 있다. 율촌 컴파운딩 공장은 연내 준공과 상업 가동을 추진한다. 이를 기반으로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기능성·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부활’을 말하기는 이르다. 기초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23억 원에 불과하다.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 등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인 부담도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실적에서 중요한 것은 1101억 원이라는 흑자 규모 자체보다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라고 봐야 한다. 과거 롯데케미칼을 먹여 살렸던 범용 석유화학의 힘은 약해졌고 첨단·고부가 소재가 이익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실제로 살아날지 판단할 기준도 여기에 있다. 기초화학 23억 원과 첨단소재 1325억 원이 보여준 ‘돈줄의 변화’를 일시적 반전이 아닌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로 만들 수 있느냐가 다음 승부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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