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정체성’ 담은 창작음악극, 봉천내사람들(만두전성시대) 관람기
8일(토) 오후 8시, 원주 소금산그랜드밸리 나오라쇼 광장 특설무대 공연

[스포츠서울ㅣ원주=김기원 기자]입추(立秋), 기다리던 가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8일(토) 저녁 원주 소금산그랜드밸리 나오라쇼 광장 특설무대 공연장을 찾았다.
아스팔트 위는 아직 폭염의 여운이 짙게 남았지만 서원주IC를 통과해서 소금산그랜드밸리로 향하는 시골의 고즈넉한 좁은 길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 주말 저녁의 여유로움을 느낀다.
주차를 하고 공연장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여유로움은 가을향기에 젖어 더욱 고조되어 간다. 군데군데 조명빛으로 산책로는 동화속 나라로 들어가는 신비로움도 풍긴다.
작년 뙤약볕 내려쬐는 한 여름에 소금산그랜드밸리를 방문해 고생한 기억이 남아 얼음통과 더운 열기를 막아낼 장비를 챙겨왔지만 하루만에 계절의 변화를 맞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관광객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가을철 성수기에 앞서 나오라쇼공연장에서 야외공연을 준비한 관계자들의 의도된 계획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발길은 벌써부터 즐겁다.
나오라쇼 공연장에는 관객들과 스탭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져 야외공연의 활기가 느껴진다. 낯익은 얼굴들과 풍경에 주말 저녁 멀리서 한달음에 고속도로를 달려 온 보람을 느낀다.

씨어터컴퍼니웃끼 이석표 연출가는 예의 넉살로 작품을 소개했다. 원주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원주천을 예전에는 봉산동 봉산에서 이름을 따온 ‘봉천’에 하천을 뜻하는 내가 붙은 ‘봉천내’라 했다.
각기 고향도 다르고 살아 온 배경도 다른 봉천내사람들은 원주토박이든 외지에서 온 이주민이라도 만두속처럼 원주사람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극중 ‘미숙’의 봉천만두는 리어카 노점이다. 시청의 노점상 단속과 도시계획에 따라 함께 시작한 노점들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유일한 노점 만두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과는 만두골목에서 연을 맺고 만두를 빚고 칼국수를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만두’와 ‘연두’ 남매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속에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엇갈린 오해와 화해, 그리고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진다.
‘봉천만두’에 얽힌 저마다의 인연으로 이웃 간의 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예전 봉천내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다. 이웃 간의 정과 가족애를 그리워 하는 중년이상의 원주 관객들에게는 익히 아는 내용이다. ‘봉천내’를 알지 못하는 관람객도 사람사는 세상의 보편적인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게된다.
미숙의 대사 “하고 싶으면 해! 쫄지마!”는 ‘만두’와 ‘연두’에게 보내는 애틋한 부모의 마음을 그린다. 미숙의 만두비법은 “그냥 하던대로 하는 거지요. 비법도 비밀도 없네요”는 온갖 재료를 섞어 버무리는 유명 맛집의 비법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이 자식들에게 전해지는 마음과 마음사이 화합과 정을 의미한다.

‘봉천내사람들’(만두전성시대)는 만두를 배경으로 ‘원주의 정체성’을 담은 창작음악극이다. 원주사람들로 통칭되는 토박이와 외지 이주민들이 이웃사촌이 되어 ‘하나의 원주’를 이룬다는 교훈과 메시지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웅장한 소금산그랜드밸리의 절경을 배후로 삼아 배우들의 육성과 몸짓연기가 경쾌한 음악으로 펼쳐진 한편의 연극을 재미있게 보고 아! 원주에는 만두가 유명하지? 그럼 내일은 도래미시장 만두골목에 가서 칼만두국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다.
이석표 연출가는 그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만두도시 원주를 지향하듯 ‘원주’라는 만두피속에 각자의 개성으로 유기적으로 섞여 살아가는 봉천내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내려했다”고 거침없이 ‘원주만두축제’를 홍보한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진 이색적이고 특별한 야외무대는 매우 인상적이다. 실내공연장에서는 어떤 느낌이 올 지 기대가 된다.
씨어터컴퍼니웃끼의 ‘봉천내사람들’(만두전성시대)는 8월 15일 오후 5시 인제 하늘내린센터, 8월 22일 오후 5시 영월 문화예술회관, 서울 강남구와 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8월 29일 오후 3시 강남씨어터에서 특별공연을 선보인다.
acdcok4021@sportsseoul.com
기사추천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