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서 역전승

2017년 신인왕 불구 186개 대회에서 ‘무관’

마지막홀 벙커샷 실수에도 행운따라 온그린

아나운서 꿈 접고 시작한 골프 “이제 시작”

[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 기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1타 차 단독선두. 동료들이 플레이할 때는 잡념을 없애려는 듯 스윙이나 스트로크 동작만 반복했다.

데뷔 10년, 187개 대회 만에 다가온 생애 첫 우승 기회. 1m가 채 안되는 ‘챔피언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순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동료들의 물세례를 맞는 것조차 어색해보인 장은수(28·굿빈스)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10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장은수는 9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리조트(파72·6767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문정민 강채연 등 2위 그룹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2016년 프로가 된 장은수는 2017년 KLPGA투어에 데뷔했다. 루키시즌 28개 대회에 출전해 7차례 톱10에 들어 박민지(28·NH투자증권)를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 데뷔 시즌을 포함해 이번대회 전까지 186개 대회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고, 시드를 잃었다 다시 따기를 반복하는 등 굴곡진 투어생활을 했다.

데뷔 동기인 박민지가 KLPGA투어 개인 최다 타이인 20승을 따내는 동안 시드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장은수는 “사실 플레이가 마음대로 안됐다. 긴장도 너무 많이해 샷할 때 어깨에 힘도 많이 들어갔다. 캐디 오빠가 ‘마음 비우고 하자’고 계속 얘기해주고 다독여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장은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운동할 생각이 없었다”고 돌아본 그는 “아버지 권유로 시작했는데 ‘3개월만 해보자’고 생각했던 게 지금까지 왔다. 처음 골프장에 가서 첫홀 티샷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수업시간에 연필로 그립잡는 연습을 할 정도로 푹빠졌다”고 밝혔다.

골프에 대한 애정은 선택지에서 포기를 삭제하게 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지만, 성적이 나지 않을 때면 훈련에 더 매진하길 10년째.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은 실력이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움켜쥔 동력이 됐다.

실제로 장은수는 1타 차 단독선두이던 18번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맞바람이 강해 홀까지 141m를 남겨두고 하이브리드 클럽을 선택했는데, 컨택이 예상을 빗나갔다. 그는 “18번홀은 1, 3라운드에서 실수를 해서 더 신경이 쓰였다”며 “너무 얇게 맞아서 ‘크게 실수했다’고 느꼈는데 운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우측으로 출발한 공은 그린 우측 러프에 떨어지는 듯했지만, 왼쪽으로 튀어 그린위에 떨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운이 작용한 것도 지난한 세월을 묵묵히 견딘 보상인 셈이다. 9m 남짓 버디퍼트가 홀을 살짝 지나갔고, 마침내 챔피언 퍼트를 성공했다.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펑펑 쏟은 장은수는 “그동안 믿고 지원해준 후원사,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함께 오지 못한 아버지께도 “나 우승했다”는 짧고 굵은 말로 감사와 기쁨을 표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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