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명확한 물증이나 범죄 사실이 판가름 난 것도 아닌데, 치명상을 입었다. 익명의 폭로자가 내뱉은 일방적 주장에 국민 배우의 이미지가 참혹하게 난도질당했다.
배우 황정민의 사생활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끝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가운데, 참다못한 오랜 팬과 동료가 직접 목소리를 내며 ‘황정민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대중의 시선 역시 피로감 가득한 ‘진실 공방’을 넘어, 얼굴 없는 ‘익명 폭로의 무책임’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 “지독하게 엮이고 싶었나?”…판도 바꾼 미담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폭로자 A씨가 사적 관계를 주장하며 공개한 녹취록과 메신저 캡처본 등이다. 하지만 진위조차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파편화된 폭로가 이어지자, 대중은 피로감과 함께 폭로의 신빙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은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오랜 팬 B씨의 발언이다. 영화 ‘행복’(2007)을 보고 황정민의 팬이 됐다고 밝힌 B씨는 과거 황정민이 임신한 자신에게 직접 축하 전화를 걸어주고 식사 자리를 가졌던 일화를 상세히 공개했다.
아울러 A씨의 주장을 “망상과 억지”라고 일축했다. 황정민의 평소 과분할 정도의 팬 서비스와 친절함이 오해를 낳았고, 이를 이용해 A씨가 “지독하게 엮이려 했다”는 주장이다.
팬 B씨의 미담이 황정민의 훌륭한 인성을 방증할지언정 A씨와의 사적 관계가 일절 없었다는 물증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생생한 증언이 여론의 흐름을 바꾼 이유는 유명인의 과도한 친절이 어떻게 비극으로 둔갑할 수 있는지 다른 이면을 엿보게 했기 때문이다.
◇ 무한 친절을 요구하는 엔터 산업, 과도한 친밀감의 비극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배우의 사생활 스캔들을 넘어, 요즘 연예계의 씁쓸한 단면을 짚게 한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팬과 스타가 마치 실제 연인이나 절친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른바 ‘유사 관계’를 적극적으로 세일즈한다.
각종 플랫폼을 통해 쉬는 시간에도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각종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한다. 사생활마저 공유하는 무한대의 팬 서비스를 최고의 미덕으로 치켜세운다. 돈과 시간을 쓴 만큼 스타의 사적 영역을 공유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황정민처럼 경계선 없이 훌쩍 다가가는 ‘동네 형’ 스타일의 스타들은 오히려 무리한 사생활 엮임이나 스토킹의 손쉬운 표적이 되기 쉽다. 황정민이 유별나게 틈을 내어줘서 벌어진 비극이라기보다, 선의의 친절조차 ‘나에게 주는 특별한 시그널’로 착각해 언제든 스타의 삶에 선 넘고 침투하려는 비뚤어진 팬덤 문화의 부작용에 가깝다.
◇ 얼굴 알려진 연예인만 100% 피해…진짜 심판은 법정에서
황정민의 억울한 현실을 직격한 것은 동료 배우 한정수다. 그는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건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피해를 입는 쪽은 얼굴이 알려진 쪽뿐”이라며 폭로자 역시 신분을 밝히고 떳떳하게 나서라고 일침을 가했다.
폭로자는 익명이라는 견고한 방패 뒤에 숨어 입맛대로 자료를 취사선택해 여론전을 펼친다. 반면 실명과 얼굴이 천하에 공개된 연예인은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채 규명되기도 전에 ‘사생활 논란’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애초에 성립조차 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대중에게 환기시킨 것이다.
현재 소속사 샘컴퍼니 측은 A씨를 “황정민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스토킹 범죄 피의자”로 규정하고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씨의 스토킹 혐의에 대한 약식명령 불복 및 정식재판 청구, 황정민 측이 제기한 수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조정 기일 등 사안은 본격적인 사법부의 궤도에 올랐다. 실제로 오는 11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배우 황정민과 스토킹 피의자 A씨의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린다.
억울함이 있다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객관적인 증거로 다투면 될 일이다. 익명 뒤에 숨어 무차별적인 사생활 폭로로 남은 것은 피로감 가득한 진흙탕 싸움뿐이다. 얄팍한 온라인 캡처본이 아닌, 엄밀한 법정의 판단만이 이 소모전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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