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이전·복귀에만 550억 원…국가 시스템은 흔들렸다

정치적 상징보다 중요한 것은 신중한 국정 운영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를 떠나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실을 만들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에 맞추기 위해 이전은 숨 가쁘게 강행됐다. 충분한 검토와 단계적 준비, 안보 영향 평가보다 ‘속도’가 우선이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국방부는 다시 원래 청사로 돌아오고 있다.

대한민국 행정사에 남은 것은 ‘용산 시대’라는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국방부 이전 349억 원, 원청사 복귀 201억 원, 총 550억 원의 혈세와 국가안보 체계의 혼란이었다.

△ 70여 일 만에 밀어붙인 초유의 국가시설 이전

대통령실 이전은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인 약 50~70일 사이에 추진됐다. 수십 년 동안 국가안보의 심장 역할을 해 온 국방부 청사는 단기간에 비워야 했고,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이전했다.

그 결과 국방부 본부와 합참이 한 건물을 함께 사용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물론 주요 정책기능과 작전기능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거나 여러 건물로 분산 배치됐다.

일부 국방부 부서는 용산 경내 다른 건물까지 흩어져 근무하면서 업무 효율은 크게 떨어졌고, 군 내부에서는 보안과 지휘체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국방부와 합참은 각각 정책과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독립 기관이다. 두 기관이 장기간 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평시에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전시 지휘체계와 보안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소통’은 6개월, 혼란은 4년

용산 이전의 가장 큰 명분은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매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는 ‘도어스테핑’을 대통령실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은 취임 약 6개월 만에 중단됐다.

이후 대통령실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관저 이전 논란, 사적 채용 논란, 무속인 논란, 잦은 인사 실패, 대통령실 운영 논란 등이 이어졌고, 국민이 기대했던 ‘열린 대통령실’은 사실상 사라졌다.

결국 국민이 기억하는 용산 대통령실은 소통의 공간이 아니라 정치적 갈등과 국정 혼란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라는 말은 현실 앞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오히려 의식이 공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권력이 공간까지 혼란에 빠뜨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 550억 원…. 국민 혈세로 치른 값비싼 수업료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의 합참 청사 이전에는 약 349억 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국방부가 다시 원래 청사로 복귀하는 데 약 201억 원이 추가된다.

국방부 이전과 복귀에만 550억 원이다. 550억 원이면 노후 병영생활관을 대폭 개선하고, 장병 복지시설을 확충하며, 드론과 대드론 체계, 첨단 감시장비, AI 기반 지휘체계 구축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예산이다.

하지만 이 돈은 결국 짐을 옮기고 다시 되돌리는 데 사용됐다. 더욱이 이는 국방부 비용만 계산한 것이다. 대통령실 리모델링, 한남동 관저 조성, 외교부 장관 공관 이전, 경호시설 보강, 주변 기반시설 정비 등 연쇄적으로 발생한 비용까지 고려하면 국민이 부담한 전체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진다.

△ 다시 제자리로…. 남은 것은 행정 실패의 기록

2026년 8월 국방부는 다시 원래 청사로 복귀한다. 4년 동안 이어졌던 비정상적인 청사 운영도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국민이 낸 세금은 돌아오지 않는다. 흔들렸던 안보체계와 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국가 시스템은 특정 지도자의 정치적 상징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장이 아니다.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시설 이전은 충분한 검토와 전문가 의견,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 550억 원이 남긴 교훈

용산 대통령실 이전은 대한민국 행정사에 오래 기록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그리고 국가 시스템보다 정치적 상징을 앞세운 결정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 550억 원은 단순한 이전 비용이 아니다.

그 숫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록된 행정 실패의 비용이며, 동시에 어떤 정부도 국가 시스템을 정치적 이벤트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민주주의의 교훈이다.

국민은 지도자의 고집이 아니라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원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국민의 혈세와 국가안보를 얼마나 신중하게 다루느냐에서 평가받는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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