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비명이 터진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참다못해 욕설까지 내지른다. VCR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기운에 패널들은 괴로움을 감추지 못한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옆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공포’라는 점에서 온몸이 소스라친다. MBN·SBS Plus 예능 ‘내가 만난 사이코패스’의 풍경이다.
겉보기엔 정적인 VCR 예능이다. 하지만 내용은 그 어떤 스릴러보다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전현무를 필두로 넉살, 규현, 허영지가 뭉쳤다. 변호사, 탐정,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들이 가세해 우리 주변에 숨어든 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죄자들의 실체를 파헤친다. 반응은 즉각적이다. 단숨에 넷플릭스 ‘대한민국 오늘의 TOP 10’ 예능 부문 1위를 꿰찼다.

데이트 폭력은 기본이다. 사이비 종교, 노인 학대 등 사회 문제와 직결된 묵직한 소재들을 거침없이 다룬다.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충격적이지만, 채널을 돌릴 수 없는 흡인력이 있다. ‘내가 만난 사이코패스’의 진짜 무기는 끔찍한 사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널들의 날 것 그대로의 리액션,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분석이 더해져 범죄 예능을 넘어선 사회적 고찰로 나아간다.
혼자 사는 노인의 집에 쳐들어가 연금을 빼앗고 폭행한 사건에서는 ‘허위 전입신고’가 가능한 제도의 허점을 꼬집고, 화재경보기에 초소형 카메라를 심어 불법 촬영을 일삼은 수리공 사연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공간에 대한 뼈아픈 경각심을 일깨운다. 랜덤채팅 앱을 악용해 낯선 남성들을 피해자의 집으로 유인한 신종 사이코패스 범죄의 치밀한 수법은 시청자에게 실질적인 예방 학습 효과까지 제공한다.

자극적인 사연이 단순한 가십으로 소비되지 않는 건 전문가들 덕분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 탐정, 종교 전문가 등은 핀셋으로 집어내듯 범죄의 디테일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패널들의 생생한 공감은 자극을 중화시킨다. 전현무마저 방송 중 “XX”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넉살과 규현, 허영지는 ‘묻지마 폭행’이나 ‘스토킹’ 등 자신과 지인들이 겪은 충격적인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몰입을 돕는다. 첫 호흡이 무색할 만큼 타격감 좋은 티키타카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분노를 유발하는 참혹한 사연 속에서도 시청자가 피로감을 덜 느끼는 건 이들이 중심을 잡아서다.

범죄·장르물을 즐겨보는 이른바 ‘빌트인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장르물에 강한 넷플릭스라는 날개까지 달며 흥행 궤도에 완벽히 안착했다. ‘내가 만난 사이코패스’가 단순한 오락 예능을 넘어, 우리 사회의 맹점을 밝히는 유의미한 프로그램으로 롱런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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