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민 전 안양시의원...“의회는 권력의 전쟁터가 아니다,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곳이다”

지방의회는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민주주의의 최전선이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행정을 견제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다. 시민은 정당 간 권력 다툼을 위해 의원을 선출한 것이 아니라,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더 나은 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뜻을 담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최근 안양시의회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의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본회의 파행으로 이어졌고, 회의장에서는 쇠파이프와 케이블타이까지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민들은 “과연 이곳이 시민을 위한 의회가 맞느냐?”며 깊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놓고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한쪽은 다수당의 정당한 의장 선출이 절차적으로 저지됐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무효표 판정과 의사 진행 과정에 법적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한다.
비밀투표에서 발생한 무효표와 결선투표의 유·무효 논란 역시 법률적 판단과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가려질 문제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상대를 먼저 비난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라는 점이다.
의장단 구성이 지연되면서 상임위원회 운영은 멈췄고, 조례안 심의와 예산 처리, 주요 업무보고는 물론 재개발·재건축 등 지역의 중요한 현안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행정의 공백은 시민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공무원들 또한 혼란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양시지부가 의회 정상화를 촉구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노조는 “민생을 논의해야 할 의회가 대립과 충돌의 현장이 되었고, 그 피해는 시민과 공무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정당만을 향한 비판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향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시민들이 더욱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도 있다. 다수당은 왜 원 구성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물론 각 정당은 나름의 명분과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명분보다 의회의 정상화가 더 시급한 과제다. 원 구성이 장기간 표류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최근 일부에서는 단식투쟁과 1인 피켓 시위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묻는다. 만약 이러한 단식과 시위가 박달스마트밸리 탄약고 이전, 안양교도소 전면 이전, GTX와 광역교통망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은 안양의 미래와 시민의 삶을 위한 문제였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회 내부 권력 구성을 둘러싼 갈등에서 벌어지는 단식과 시위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치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목적과 방향을 가져야 한다.
정치는 책임의 예술이다. 다수당은 시민이 부여한 의석의 무게만큼 협치와 설득의 책임을 져야 하고, 소수당 역시 절차적 정당성과 의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안양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앙정치의 극한 대립이 지방의회까지 그대로 전이되면서 협상과 타협은 사라지고 권력투쟁만 남았다. 정당은 승패를 계산하지만, 시민은 민생의 공백을 감당하고 있다.
이제는 제도 개선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 반복되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절차를 보완하고, 무효표 판정 기준과 회의 운영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 동시에 물리적 충돌이나 의사진행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는 원칙도 확립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시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의회는 정당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공적 자산이다. 시민이 위임한 권한은 권력을 차지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일하라는 책임이다.
안양시의회는 하루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 승자는 특정 정당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 정쟁을 멈추고 민생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시민이 지방의회에 부여한 가장 큰 책무이며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결국 의회의 존재 이유는 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삶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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