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기로 공식 결정했다.

29일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함께해주시는 아미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미 트로피를 얻기 위해 그룹의 정체성을 타협하지 않고, 방탄소년단 고유의 음악성과 본연의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굳건한 결의를 직접 명시한 셈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행보가 자리하고 있다.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최근 ‘베스트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했다.

이를 두고 음악계에서는 글로벌 팝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비영어권 음악의 폭발적인 다양성을 메인스트림 안으로 수용하기보다, 언어를 기준으로 또 하나의 장벽을 세우고 ‘아시안 팝’이라는 별도의 울타리를 쳤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방탄소년단의 출품 포기 선언은 그래미의 기준에 맞추는 수동적 태도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들에게 음악은 시상식 평가의 잣대나 구색 맞추기용 도구가 아니라, 전 세계 대중과 소통하는 본질 그 자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악을 언어로 구분 지으려는 그래미의 시도가 시대의 변화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고도 분석한다. 세상의 다양한 언어가 음악 안에서 교감하는 흐름 속에서, 보수적인 카테고리 분리 방식이 시상식 자체의 폐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미 전 세계 수억 명의 대중과 글로벌 평단으로부터 독보적인 위상을 인정받은 방탄소년단이 특정 시상식의 트로피로 가치를 증명할 단계를 넘어섰다는 평도 나온다.

글로벌 문화 지형을 선도하는 위치에 오른 만큼, 시상식의 권위나 평가보다 음악 본연의 메시지와 소통에 집중하겠다는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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